[사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접고 피해·취약계층 지원에 집중해야

입력 2021-06-02 04:05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일 원내 대책회의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을 포함하는 추가경정예산안의 편성과 처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올해 두 번째 추경의 운을 뗀 지난달 28일과 31일 발언에서 더 나아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편성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큰 폭으로 증가한 세수를 활용한 추가 재정 투입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밝힌 후 민주당의 2차 추경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모양새다.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있어 방역 여건이 호전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재난지원금으로 내수 진작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경기 회복을 앞당기겠다는 의도인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용도의 추경은 부적절하다. 지난해 5월 1차 전 국민 지급 때 추경 규모가 14조원을 넘었다. 규모를 줄인다고 해도 대규모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해 국가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게 뻔하다. 올 1분기 국세가 1년 전보다 19조원 더 걷혔지만 재정 여건은 좋지 않다. 확장 예산 편성과 코로나 위기 대응을 위한 4차례 추경 편성으로 국가 채무가 급증한 상태다. 정부 실제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가 지난해 112조원 적자였다. 적자 규모가 2019년의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2017년 660조원이던 국가 채무는 이번 추경분을 빼고도 올해 966조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정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세수가 늘어도 재정 적자를 메우기 턱없이 부족하고 세수 여건이 앞으로도 좋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경기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내수 진작을 위해 추가 재정을 투입했다가는 자산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 압박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추경을 편성하더라도 영업 금지·제한 조치 이행으로 손실이 발생한 소상공인과 피해가 누적된 취약계층 지원으로 용도를 한정해 규모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잔뜩 불어난 국가 채무는 다음 정부나 미래 세대에 떠넘기면서 세금이 더 걷혔다고 전 국민에게 선심 쓰듯 나눠주는 것은 근시안적이고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대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