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가 사랑하는 이들을 격리된 채 떠나보낸 사람들을 치유하고 위로하는 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목회자가 애도 상담을 훈련받거나 고인의 추모 공간을 마련하는 등 교회 내 상담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는 ‘코로나19 이후의 한국교회와 목회적 돌봄’이라는 주제로 최근 진행한 학술대회 자료집을 1일 발표했다. 권수영 연세대 교수는 기조강연에서 “교회가 감염병 이후의 심리적 방역에 집중한다면 현재 널리 퍼져 있는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다”며 “감염병으로 상처받은 이들을 공적으로 치유하는 역할이야말로 한국교회가 윤리성, 공익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밝혔다.
윤득형 감리교신학대 교수는 감염병으로 인한 죽음이 다른 일반적인 죽음보다 유가족에게 더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코로나 시기 죽음은 예견된 죽음이면서도 격리된 죽음”이라며 “유가족은 사랑하는 사람이 확진된 걸 알게 돼도 마지막 돌봄을 하지 못하고 죽음을 통보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 경우 유가족은 심한 죄책감, 수치심을 느끼거나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고 감춘다고 한다.
한국교회가 유가족을 위한 치유 공간이 되기 위해선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이 ‘위로를 위한 상담’을 배워야 한다고 윤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목회자들이 유가족을 어떻게 위로할지 몰라서 신앙 구절을 건네거나 ‘하나님의 뜻’이라며 죽음의 의미를 애써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유가족에게 애도의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례 이후에도 교회가 고인을 기억하는 추모 예배를 여는 등 지속적인 돌봄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요환 안산제일교회 목사는 상담의 영역이 목회 전반에 스며든 실제 사례를 제시했다. 허 목사는 “우리 교회에선 최근 지하에 있던 상담센터를 지상으로 확장해 코로나블루 등으로 심리적 불안을 겪는 신도, 시민들을 전문적으로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교회가 노인세대 성도를 찾아가 그의 신앙생활을 인터뷰하고 신앙유산을 남기는 프로그램 ‘블레싱 인터뷰’도 소개했다.
권 교수는 교회가 위로의 공동체로 역할하고 있는 좋은 예로 세월호 참사를 7년째 추모 중인 경기도 안산의 명성교회를 언급했다. 명성교회는 참사 당시 사망한 청소년 신도의 이름을 빌려 ‘온유의 뜰’이라는 추모 공간을 건물 테라스에 마련했다. 현재는 ‘소생의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권 교수는 “유가족은 시간이 흘러도 이별의 상처가 무의식 속에 남아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며 “교회는 이들을 일시적으로 위로하는 게 아니라 지속해서 그들과 함께 울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