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희화화 논란 ‘말괄량이 길들이기’ 안무 바꿨다

입력 2021-06-02 04:03
국립발레단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오는 15~30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의 개막작이다. 최근 논란이 일었던 장애인 희화화 부분의 안무를 수정해 공연한다. 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이 장애인 희화화 논란이 제기된 ‘말괄량이 길들이기’ 속 문제의 장면(국민일보 5월 21일자 20면 참조)에 나오는 안무를 바꿨다.

국립발레단 관계자는 1일 예술의전당 무궁화홀에서 열린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기자간담회에서 “‘말괄량이 길들이기’ 저작권을 가진 존크랑코재단에 한국에서 나온 논란을 전달했다”면서 “재단 측은 이런 논란을 이해하고 장애인 비하가 연상되는 부분의 안무를 변경해줬다. 국립발레단은 현재 변경된 안무를 연습 중”이라고 밝혔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오는 15~30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의 개막작이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활동한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 안무가 존 크랑코가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으로 만들었다. 국립발레단은 강 단장 취임 이후인 2015년부터 이 작품을 레퍼토리로 보유하고 있다.

논란이 된 안무는 2막 1장에서 남편 페트루키오가 아내 카테리나를 길들이려고 밥을 굶기는 장면에 나온다. 하인들이 페트루키오의 명령으로 카테리나를 괴롭히는데, 뇌성마비 등 지체장애인의 흉내를 낸다. 원작에선 하인들이 페트루키오의 명령으로 음식을 들고 왔다 치울 뿐이지만 크랑코가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넣은 것이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원작 자체를 둘러싸고 여성 혐오와 성차별 문제가 제기된 적은 있지만, 발레에서 장애인 희화화가 논란이 된 적은 드물었다. 2016년 영국 버밍엄 로열 발레단이 셰익스피어 별세 400주년을 맞아 이 작품을 공연했을 때 장애 희화화를 부분적으로 지적하는 리뷰가 나온 것 외엔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에선 국립발레단의 재공연을 앞두고 장애인 아이를 둔 한 발레 팬이 ‘말괄량이 길들이기’ 속 일부 장면이 장애인을 비하하고 희화화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진정을 넣으면서 논란이 커졌다.

대한민국발레축제 포스터.

올해 대한민국발레축제는 ‘혼합된 경험과 감정’을 슬로건으로 초청공연(2개 작품), 기획공연(3개), 협력공연(1개), 공모선정작(6개) 등 12개 작품을 선보인다. 초청공연은 국내 양대 발레단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각각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트리플 빌’, 기획공연은 광주시립발레단의 ‘레이몬다’ 3막 중 결혼식 피로연, 와이즈발레단의 ‘유토피아’, 조주현발레단의 ‘디-홀릭’ 으로 구성됐다. 공모선정작에는 김용걸댄스씨어터의 ‘하늘, 바람, 별 그리고 시’, 이루다 블랙토의 ‘디스토피아’,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의 ‘인 유어 슬리프’, 정형일 발레 크리에이티브의 ‘투 페더스’, 유회웅 리버티홀의 ‘노 뉴스’, 수진최댄스의 ‘레지스터-시작의 시작’ 등이다.

야외공연 '영스타 갈라'를 비롯해 이균 작가가 코로나19 시대와 발레를 연결해 기획한 ‘발레조각전’, 안무가 및 주요 무용수와 소통할 수 있는 ‘관객과의 대화’ 등 부대행사도 열린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