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회식에서 난데없이 평양 사진이 들어간 영상이 방영됐다. 어처구니가 없다. 서울을 소개하는 영상에 이어 개최지에서 지구 전체로 위성사진을 줌아웃하는 장면이 들어갔는데 출발점이 서울이 아니라 평양 능라도로 설정된 것이다. 이번 회의는 우리나라가 개최한 첫 번째 환경 분야 다자정상회의로, 각국 정상급 인사 47명과 국제기구 수장 21명 등이 참석한 최대 규모의 행사였다. 정부 부처는 물론 청와대까지 각별한 관심을 갖고 적극 홍보에 나섰다. 이런 회의에 한국 대신 북한 사진이 버젓이 상영된 것은 국제적 망신이다.
문제의 영상에 대해 정상회의 준비기획단은 “외주업체에 용역을 줘 제작한 것으로 줌아웃 과정에서 위성사진 위에 시작점 표시를 잘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각국 정상이 참여하는 국제회의의 경우 여러 차례 리허설을 거치게 돼 있는데 어떻게 아무도 오류를 미리 발견하지 못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담당자들은 무거운 책임을 면키 어렵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유감을 표시한 뒤 구체적 조사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혹 고의성은 없었는지부터 철저히 따진 뒤 영상물 제작 경위와 스크린 과정 등을 면밀히 조사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겠다.
청와대 인사 중 “P4G는 전 지구적, 인류적 목표를 다루는 회의인데 서울이면 어떻고, 평양이면 어떤가”라거나 “그게 왜 흠이 될까 싶다”는 반응을 보인 경우가 있다고 전해진다. 외교의 ABC도 모르는 무책임한 태도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현 정부 들어 황당한 외교 실수가 잇따르고 있다. 대통령의 국빈 방문 때 다른 나라 언어로 인사말을 하거나 발틱 국가를 발칸 국가로 잘못 쓰는가 하면 외교관을 맞는 행사장에 구겨진 태극기를 내건 일도 일어났다. 외교가의 기강 해이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사설] P4G 정상회의에 평양 사진 내보내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입력 2021-06-02 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