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사회를 지향한다면 학교에서 지속가능성을 가르쳐야지요.”
충북 진천군 서전고등학교에서 환경 교육을 담당하는 허진숙(사진) 교사는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게 자신의 일이라고 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여러 분야를 가르친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학교 교육으로 들어오고 있다. 학교를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역량을 길러주는 곳’으로 정의한다면 인간과 생태계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지속가능성’이 학교 교육의 우선순위에서 밀려서는 안 된다는 게 허 교사의 생각이다.
그는 “지속가능성은 미래에 매우 중요한 역량이 될 겁니다. 기후변화와 미세플라스틱 문제 같은 환경 이슈가 더 부각될 것이고 앞으로도 우리 삶을 위협하겠죠. 생태와 환경을 중시하는 마인드를 갖춘 인재가 각광받을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정규 교육과정에서 가르쳐야 할 기본 역량이라고 본다. 허 교사는 “우리 아이들 중에 경제학자가 나올 수 있고, 기초과학이나 공학을 연구하는 연구자가 있을 수 있겠죠”라며 “예컨대 같은 공학자라도 인간과 생태계의 조화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환경을 적게 훼손하고 에너지도 적게 쓰는 연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치인이든 법조인이든 교육자든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은 물론이고 작은 점포를 하나 운영하더라도 이들이 학창시절에 지속가능성을 고민해보고 실천해봤다면 사회에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가 이런 철학을 갖고 있어도 고교 교육과정은 아무래도 대입을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비입시 과목인 환경이 고교 현장에서 자리 잡으려면 학교의 확신과 교사들의 헌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다른 학교에서도 환경 교육을 안착시키려면 국가교육과정과 시·도교육청, 학교, 교사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허 교사는 “환경 수업을 들은 아이들 중에 다른 학교는 이런 것(환경 수업)을 왜 안 배우는지 묻기도 해요. 어떤 아이들은 환경 관련 활동에 깊이 참여한 뒤 ‘아, 이게 중요하구나’라고 느낍니다. 이런 아이들 중에는 진로를 변경하기도 하죠”라며 “이런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람은 결국 교사입니다. 역량을 갖춘 교사를 학교 현장에 얼마나 많이 보내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기후위기를 가르친다면 4~5년 전에 쓰인 교과서로 원인, 영향, 대책을 배우고 시험을 보겠죠. 다른 과목들에서 파편적으로 지속가능성을 다루는데 아이들에게 얼마나 울림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세계적인 흐름은 어떻고 우리나라는 현재 이렇게 가고 있는데 우리가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 가르치지 않으면 환경 수업은 생명력을 잃기 쉽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학교는 2학년에 ‘노작(勞作)’이란 독특한 수업을 하고 있다. 목공을 배워 자신이 3학년 때 쓸 책받침대나 책꽂이 등을 만들어보고 쌈채소, 감자 등을 키워 먹어보는 시간이다. 땅파기부터 수확까지 학생들이 직접 한다. 그는 “아이들은 딴청 피우는 거 같지만 귀로는 다 듣고 있어요. 닦달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소극적으로 수업에 임하다가도 땅을 만져보고 싹 틔우는 걸 보면서 아이들이 뭔가 달라지는 게 느껴집니다. 아이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가치 있는 시간이겠죠”라고 말했다.
진천=이도경 교육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