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씻지 못해 머리가 엉겨 붙어 있고, 얼굴과 옷은 먼지로 뒤덮여 있다. 작은 손에 쥐어진 쇠사슬에서 아이의 고난이 보인다.
여섯살 배기 여아 날라 알 오트만은 오랜 굶주림 끝에 지난 4일(현지시간) 짧은 생을 마감했다. 배고픔 속에 음식을 허겁지겁 먹다 질식해 허무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비극적 사연이 담긴 이 사진이 최근 SNS에서 확산하며 시리아 내전의 인도주의적 참상이 재조명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시리아 내전으로 집을 잃고 캠프에 내몰린 수백만 아이들의 고통에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게 됐다”고 전했다.
날라의 가족은 시리아 내전으로 3년 전 집을 잃고 피란 생활을 해왔다. 아이의 아버지는 가족을 데리고 이들립 지역 난민 캠프로 와 비좁은 텐트에서 거주했다.
아버지는 아이가 아침저녁으로 캠프를 돌아다니는 것을 막기 위해 쇠사슬로 묶어 놓았다. 또 요람 위에 철문을 덮어 만든 ‘우리’ 안에 감금하기도 했다. 이 사진이 유포되며 공분이 일자 아버지는 당국에 구금됐으나 별다른 혐의를 적용 받지 않고 몇 주 후 석방됐다.
내 몸 하나 챙기기에 바빴던 이웃들은 주변을 둘러볼 새가 없었다. 주변 이웃들은 날라가 학대 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모두가 생존을 위해 분투하느라 신경 써 줄 겨를이 없었다고 한다.
NYT는 “난민들은 임시 숙소에서 지내며 더위, 추위, 질병으로부터 보호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이 언제든 다시 습격할 수 있다는 공포 속에 산다”고 설명했다.
특히 난민 캠프의 아동들은 식량과 의료서비스를 제때 받지 못해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이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