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사슬과 굶주림에… 시리아 소녀의 비극

입력 2021-06-01 04:05
날라 알 오트만이라는 이름을 가진 6살 시리아 여자 아이가 올해 초 시리아 북부 이들립주 난민캠프에서 쇠사슬을 손에 쥐고 서 있다. 제대로 씻지 못해 머리가 엉겨 붙어 있고, 얼굴과 옷은 먼지로 뒤덮여 있지만 여느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모습은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날라는 지난 4일(현지시간) 배고픔 속에 음식을 허겁지겁 먹다 질식해 짧은 생을 마감했다. 시리아 내전이 초래한 인도주의적 참상을 대변하는 듯 하다. 시리아인권관측소 제공

제대로 씻지 못해 머리가 엉겨 붙어 있고, 얼굴과 옷은 먼지로 뒤덮여 있다. 작은 손에 쥐어진 쇠사슬에서 아이의 고난이 보인다.

여섯살 배기 여아 날라 알 오트만은 오랜 굶주림 끝에 지난 4일(현지시간) 짧은 생을 마감했다. 배고픔 속에 음식을 허겁지겁 먹다 질식해 허무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비극적 사연이 담긴 이 사진이 최근 SNS에서 확산하며 시리아 내전의 인도주의적 참상이 재조명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시리아 내전으로 집을 잃고 캠프에 내몰린 수백만 아이들의 고통에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게 됐다”고 전했다.

날라의 가족은 시리아 내전으로 3년 전 집을 잃고 피란 생활을 해왔다. 아이의 아버지는 가족을 데리고 이들립 지역 난민 캠프로 와 비좁은 텐트에서 거주했다.

아버지는 아이가 아침저녁으로 캠프를 돌아다니는 것을 막기 위해 쇠사슬로 묶어 놓았다. 또 요람 위에 철문을 덮어 만든 ‘우리’ 안에 감금하기도 했다. 이 사진이 유포되며 공분이 일자 아버지는 당국에 구금됐으나 별다른 혐의를 적용 받지 않고 몇 주 후 석방됐다.

내 몸 하나 챙기기에 바빴던 이웃들은 주변을 둘러볼 새가 없었다. 주변 이웃들은 날라가 학대 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모두가 생존을 위해 분투하느라 신경 써 줄 겨를이 없었다고 한다.

NYT는 “난민들은 임시 숙소에서 지내며 더위, 추위, 질병으로부터 보호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이 언제든 다시 습격할 수 있다는 공포 속에 산다”고 설명했다.

특히 난민 캠프의 아동들은 식량과 의료서비스를 제때 받지 못해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이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