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 인사 적체’를 언급한 뒤 검찰 고위간부들의 사의 표명이 이어지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 단행될 검사장급 이상 인사 폭이 커질 전망이다.
오인서(55 사법연수원 23기) 수원고검장은 31일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오 고검장은 “자리를 정리할 때라고 판단했다. 소신을 지키며 책임감 있게 일해 온 대다수 동료와 후배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오 고검장은 수원지검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지휘해왔다. 문홍성 수원지검장은 김 전 차관 출금 사건 수사외압 의혹에 연루돼 사건 지휘를 회피했었다. 오 고검장의 사표는 김 전 차관 출금 사건 피의자인 이 비서관 기소가 미뤄진 것에 대한 항의 성격을 띤다는 해석도 나온다. 수원지검은 대검찰청에 이 비서관 기소 의견을 보고했지만 처리가 되지 않고 있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새 총장 취임 전 주요 사건을 처리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원지검 수사팀장인 이정섭 부장검사도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새 검찰총장 취임 뒤 지휘부와 수사팀이 교체되면 이 비서관 사건 처리가 늦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 비서관을 수사해왔으니 인사는 안 봐도 예상이 가능한 것 아니겠느냐”며 “오 고검장도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배성범(59·연수원 23기) 법무연수원장도 사직 의사를 밝혔다. 고흥(51 연수원 24기) 인천지검장도 이날 “떠날 때가 됐다”며 사표를 제출했다. 법무부 검찰인사위원회는 지난 27일 고호봉 기수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탄력적 인사를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고검장들을 검사장급 자리로 내려 보내는 ‘좌천 인사’를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조상철(53 연수원 23기) 서울고검장은 발표 이튿날 사의를 표명했었다. 조 고검장은 31일 검찰 내부망에 “검찰권은 국민을 위해 바르게 행사돼야 한다”는 소회를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