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정치’는 가라… 이준석 최대무기 ‘사이다·당돌화법’

입력 2021-06-01 00:04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에서 이준석(사진) 후보의 ‘사이다 화법’이 주목받고 있다. 중진들의 집중 견제에도 주눅 들지 않는 당돌함, 연공서열 문화가 뿌리 깊은 보수정당에서 할 말 다 하는 특유의 ‘받아치기 전략’이 돌풍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의 이런 화법은 ‘꼰대 정치’ 혁신에 목마른 2030세대의 갈증을 해소하는 효과뿐 아니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대한 주목도를 높여 당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 후보는 그동안 ‘산’ ‘자동차’ 논쟁으로 전당대회에 출마한 주호영 나경원 후보와 설전을 벌였다. 앞서 주 후보가 “에베레스트를 원정하려면 동네 뒷산만 다녀서는 안 되고, 설악산이나 지리산도 다녀야 한다”고 하자 곧바로 대구의 ‘팔공산’으로 응수했다. 주 후보가 보수 텃밭인 대구 5선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팔공산만 다니던 분들은 수락산과 북한산, 관악산 아래에서 치열하게 도전하는 후배들 마음을 이해 못 한다”고 맞받아쳤다.

나 후보도 이 후보 등 신진 그룹을 겨냥해 ‘화물트럭론’을 언급했다가 이 후보의 역공을 받았다. 나 후보가 “당대표는 예쁜 스포츠카가 아니라 짐을 잔뜩 실은 화물트럭을 끌고 가야 한다”고 하자 이 후보는 “나는 스포츠카가 아닌 전기차”라고 반박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31일 “정치인들은 여야 대치상황을 제외하면 대체로 날 선 메시지를 내지 않는다”며 “이 후보의 직설적인 대응에 중진들이 굉장히 당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 후보의 당돌한 화법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그는 박진영 전 민주당 부대변인이 이 후보를 향해 “히틀러의 향기가 난다”고 비판하자 “히틀러 같은 파시스트는 공정한 경쟁 같은 것 언급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젊은 사람이 정치하려면 히틀러에 장유유서,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까지 뚫어야 한다. 결국 기득권의 타워를 깨야 끝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 후보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친인척 의혹 공세를 덮을 복주머니를 주겠다고 하자, 여당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젊은 정치인답게 젊고 깨끗한 정치를 하라”고 지적한 부분을 언급한 것이다.

다만 당내에서는 즉흥적으로 받아치기에 능한 이 후보의 직설화법이 반대 의견도 경청해야 하는 당대표와는 맞지 않는다는 비판론도 적지 않다.

이 후보는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리더십에 대한 우려에도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제가 호랑이 등에 탔다”며 “호랑이를 옳은 방향으로 이끌면 기성 정치인들의 패기 없음과 보신주의에 충분히 맞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당도 제가 제시하는 공정 담론이 당의 근간에 자리 잡는다면 세대교체를 뛰어넘는 큰 체질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준석 돌풍’을 계기로 국민의힘 전체가 ‘컨벤션 효과’를 얻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리얼미터가 지난 24~28일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일간 지지율은 25일 32.5%까지 떨어졌다가 27일에는 37.4%까지 올랐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지난주 초반에는 계파 논쟁으로 중도층 지지율이 하락했지만 주 후반으로 갈수록 ‘이준석 바람’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상승효과를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백상진 강보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