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신고제가 마침내 시행되면서 정부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이 제 형태를 갖췄지만 시장은 여전히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전월세신고제가 정식으로 시행되면 매물 감소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시행 후 매물이 줄고 전셋값 상승 폭이 가팔라졌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31일 KB부동산의 5월 월간 KB주택가격동향 통계에 따르면 서울 강북 지역(한강 이북 14개구)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5억115만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5억원을 넘겼다. 강북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015년 11월 3억원을 돌파했고, 4년7개월 후인 지난해 7월에야 4억원대에 들어섰다. 그런데 이후 5억원을 돌파하는 데 1년이 채 걸리지 않은 셈이다.
이 같은 전셋값 상승세는 임대차 2법이 우선 시행된 지난해 8월부터 계속됐다. 시행 첫 달(8월) 서울 평균 전셋값은 5억1011만원을 기록해 5억원을 넘었다. 이어 지난 3월 6억562만원을 기록할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세를 탔다. 서울 강남 지역(한강 이남 11개구)도 지난 2월 7억16만원을 기록해 7억원대에 올라섰다. 지난해 9월 6억295만원으로 6억원대에 진입한 후 5개월 만에 1억원이 오른 셈이다.
서울 전셋값은 2019년 7월(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 기준)부터 102주 연속 상승세다. 전문가들은 전셋값이 매매가격에 ‘후행’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상승세 자체는 예견된 것이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 폭이 더 가팔라진 것은 임대차 2법이 도입돼 전세 매물이 급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면 매물이 한 번 더 크게 줄어 전셋값이 다시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올해 들어 계속 호전되던 전세 수급 상태도 전월세신고제 도입을 코앞에 두고 반전했다. KB부동산 5월 전세수급지수는 170.6을 기록해 전주(166.9)에 비해 올랐다. 전세수급지수는 가을 전세난이 극심했던 지난해 10월 191.1로 정점을 찍었다가 계절적 비수기에 들어서며 7개월 연속 내림세였다. 임대차 2법이 도입된 지난해에도 5월까지 안정되던 전세수급지수가 6월(166.5)부터 치솟기 시작해 7월(169.2) 8월(180.5) 연이어 올랐다. 지난해는 물론 올해에도 임대인들이 제도 시행을 눈앞에 두고 전세 매물을 미리 거둬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전월세신고제를 안착시키기 위해 시장을 달래고 있지만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정부는 전월세 신고자료가 과세자료로 활용되지 않는다고 임대인들을 안심시키려 하지만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임대인들이 보증부 월세로 전환한다든가 월세 일부를 관리비로 돌리는 식으로 대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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