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돕는 4인의 드림팀 “티셔츠에 선교의 꿈 담았죠”

입력 2021-06-01 03:01
대전 한밭제일장로교회 청년 4명이 지난해 7월부터 티셔츠를 만들어 판매한 수익금을 선교사에게 기부하는 ‘위시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성웅 이지혜 유동균씨가 미얀마 한인 선교사를 돕기 위해 31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티셔츠와 위시웰 로고, 엽서를 들고 있다. 대전=신석현 인턴기자

대전 한밭제일장로교회(김종진 목사) 청년인 하성웅(27)씨는 2017년 영국으로 단기 선교를 다녀온 뒤 고민에 빠졌다. 매년 선교를 다녀왔지만 “나만 좋은 게 아닐까”라는 근본적인 궁금증이 생겼다.

선교사가 평생 사역하던 곳에서 길어야 한 달 왔다가 가는 게 큰 도움이 될까 싶었다. 한국에 돌아온 뒤 해결책을 찾았지만 고민으로만 남았다.

그리고 3년간 고민 끝에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교는 선교지에서 선교사가 재정부담 없이 사역하도록 돕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교회 청년 중 디자인을 전공한 이지혜(30) 김예은(25)씨, 마케팅을 담당한 유동균(28)씨까지 4명과 팀을 꾸렸다. 모두 한밭제일교회 청년이고 직장인이다. 그리고 지난해 7월부터 티셔츠를 만들었다. 바로 ‘위시웰(Wish well)’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지난 28일 교회에서 예은씨를 뺀 3명의 멤버를 만나 의미 있는 기부를 진행하는 위시웰 이야기를 들었다.

프로젝트 구조는 단순하다. 티셔츠를 만들어 판매한 수익금을 선교사에게 기부하는 것이다. 원칙은 있다. 선교사에게 기부할 액수만큼만 티셔츠를 만들기로 했다.

티셔츠 제작 등을 위해 디자이너 섭외가 시급했다. 지혜씨와 예은씨가 타깃이 됐다.

지혜씨는 “내 재능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니 하나님 일을 위해 쓰고 싶다고 기도드렸는데 (성웅이가) 슬쩍 운을 띄웠다”면서 “같이할 생각이 있냐는 얘기에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간단한 구조에 MZ세대다운 아이디어를 덧입혔다. 성웅씨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브랜드 중 ‘슈프림’이 있다”며 “벽돌에 슈프림 로고만 찍었는데 쇼핑몰에서 5만원에 거래된다. 브랜드의 힘을 키우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원단의 질은 재정이 허용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일반적인 교회 선교 티셔츠와 달리 위시웰 티셔츠는 약자로 만든 ‘WW’ 로고만 부착했다. 예은씨가 디자인했다. 상표 등록을 마쳤고 디자인 특허도 받았다.

판매 시기에 맞춰 티셔츠 종류는 프로젝트마다 다양화했다. 네팔 후원은 후드티, 우간다 도미니카 캄보디아 후원은 봄가을용 맨투맨 티셔츠, 미얀마 후원은 반팔 티셔츠다.

동균씨는 “선교 티셔츠와 비교하니 교회에선 비싸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막상 외부에선 제품의 질에 비해 저렴하다고 얘기했다. 거기에 용기를 얻었다”고 전했다.

기부 메시지는 상품을 포장할 때 동봉하는 디자인된 엽서와 스티커에 담았다. 미얀마의 경우 엽서에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적고 양곤 지역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 물품 구입을 지원한다고 적었다. 스티커엔 ‘세 손가락’ 이미지가 들어갔다. 엽서와 스티커는 지혜씨가 디자인한다.

마케팅 전략은 ‘알고 보니 착한 소비’다. 예뻐서 샀더니 기부하는 상황을 만들자는 것이다. 수익금이 제대로 사용됐는지 알리기 위해 선교사가 보내온 ‘후원금 수령확인서’를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대규모로 생산하는 공장은 100장, 200장의 소규모 생산에 난색을 표했다. 판로도 알아서 개척했다. 인스타그램으로 홍보하고 판매하다가 최근엔 수수료가 그나마 저렴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했다.

재정 부담도 크다. 후원 금액에 맞춰 티셔츠 수량을 정하면 티셔츠를 만들어 판매한다. 티셔츠 제작 비용은 전액 성웅씨가 조달한다. 제작 비용은 판매가 끝나야 돌려받을 수 있다.

성웅씨는 “집에 쌓인 재고를 볼 때면 조급함도 생겼다. 최근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 쇼핑업체에서 입점을 요청할 때는 흔들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4명의 팀원 모두 ‘원칙을 지키자’는 데 뜻을 모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마이너스도 수익도 없는 재정 ‘0’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캄보디아 송범주 선교사에겐 120만원을 후원했고 유치원 책걸상 구입에 사용됐다고 한다. 네팔 최리아 선교사는 150만원의 후원금을 무료급식 나눔에 썼다. 우간다 차고라니 선교사는 150만원의 후원금으로 마스크를 구매했고 도미니카공화국 한기학 선교사도 어린이들의 학용품과 책을 사는 데 150만을 사용했다.

31일부터 판매에 들어간 미얀마를 위한 반팔 티셔츠는 예전과는 또 다른 도전이다. 앞서 네 명의 선교사는 교회 파송 선교사지만 미얀마는 어떤 인연도 없다. 후원금액도 기존의 두 배라 티셔츠도 더 많이 팔아야 한다.

앞으로의 목표만 생각하면 없던 힘도 생긴다. 성웅씨는 “선교사님을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재미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균씨도 “우리의 작은 행동이 기부문화 활성화로 연결됐으면 한다”고 했다.

대전=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