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수주 소식에 조선업계에 ‘슈퍼사이클’ 진입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원자재 가격 인상 속도가 선가 인상 속도를 앞지르면서 조선사들의 수익성 개선이 예상만큼 좋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31일 각각 LNG운반선 2척과 대형LNG운반선 1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계약 금액은 삼성중공업이 총 4170억원, 대우조선해양이 약 2169억원이다. 이로써 이날 기준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3사는 연간 수주 목표치의 55.7%를 달성했다.
몇 년간 수주 목표를 채우지 못했던 조선업계가 올해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 및 세계 경제 회복에 따른 물동량 증가로 연간 목표치를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해 2023~2031년까지 연평균 발주량이 2020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는 중장기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특히 2021~2022년 선박 발주량은 전 선종에 걸쳐 작년 대비 50% 이상 증가한 연평균 약 1200척에 달할 것이라 예측했다. IMO가 2050년까지 선박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로 감축할 것을 주문하면서 노후선박 교체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이를 계기로 조선사들이 약 2년치의 일감을 확보하자 선가도 오르는 추세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오늘 수주한 선박이 1억9400만달러인데 평균적인 LNG선 가격보다 높게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철광석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선박을 건조하는 데 쓰이는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값의 상승세가 가파르다는 게 문제다. 업계에 따르면 후판 유통가는 5월 넷째주 기준 130만원으로 전주보다 8.3% 올랐다. 후판 가격은 선박 원가의 약 20%를 차지하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에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 후판가격이 크게 인상되면 생각만큼 수익성 개선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업계는 지난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국조선해양은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해 67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조선사의 수주 실적은 1년~1년 반 뒤에 반영되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은 내년 즈음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업계는 하반기에 카타르 등 대형 LNG프로젝트 발주가 예정돼 있는 만큼 추가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