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와 단기거래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가 오늘부터 시행된다.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율은 10%포인트씩 올라 최고세율이 65%에서 75%로 오른다. 서울에 집 3채를 가진 사람이 1채를 팔 때 10억원의 양도차익이 발생한다면 7억5000만원을 양도세로 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7·10 부동산대책에서 다주택자에 대해 취득세·종합부동산세·양도세를 모두 올리는 중과세 3종 세트를 내놨는데,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해 양도세 중과를 1년 가까이 유예했다. 세금이 더 오르기 전에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쏟아내 집값이 내려갈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다주택자 상당수가 집을 내놓기보다 증여나 버티기를 택했기 때문이다. 주택 공급이 많지 않으니 다들 집값 상승을 예상하고 매물을 안 내놓는 것이다. 이제 세금이 오르니 매물 잠김은 더 심해질 것이고, 신규 주택 공급이 제때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공급 확대 없이 세금 때리기에만 집중한 부동산 정책의 한계가 또다시 드러난 셈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의 주택 증여 건수는 3039건으로 올 들어 가장 많았다.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증여에 나선 영향이다. 증여할 때 내는 증여세와 취득세가 만만치 않은데도 향후 예상되는 시세차익과 보유세 부담 등을 따져본 결과, 지금 집을 매도하는 것보다 증여가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증여는 자녀뿐 아니라 배우자에게 하기도 한다. 배우자 증여는 증여재산공제액이 크고, 증여를 통해 개인별 과세인 종부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증여를 하는 것이든, 세금 부담을 감수하고 버티는 것이든 모두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한다.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해 6월부터 지난주까지 51주 동안 한 주도 빠짐없이 올랐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기대다. 여기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에서는 오를 세금까지 반영해 집값을 더 올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세제 강화가 오히려 시장 불안을 부추기는 결과다. 집값 안정을 위해선 주택 공급을 서두르는 길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공급 계획은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공공, 민간 불문하고 공급 활성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사설] 매물 잠김, 공급 없이 세금만 때린 정책 한계 또 드러나
입력 2021-06-01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