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31일 여당 단독으로 국회 법사위에서 채택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체 없이 임명안을 재가해 현 정부 출범 이후 야당 동의 없이 장관급을 임명한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됐다. 법적으로야 문제 될 게 없지만, 여당 단독 보고서 채택에 이어 임명을 강행한 경우가 33회째라니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김 검찰총장의 경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의 수사 대상자인데다 청문회 과정에서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건을 수임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속전속결로 청문보고서가 채택됨으로써 인사청문회 제도가 이름뿐인 요식절차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시키는 격이 됐다.
김 총장이 앞으로 걸어갈 길도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하려 했던 전력이 있는 김 총장이 검찰 내에서 영을 제대로 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불법 출금, 울산시장 선거 개입,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관련 사건 등 현 정권에 의혹의 화살이 향해 있는 사건의 처리가 주목된다.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게 돼 있는 검찰 인사의 향배도 관심사다. 김 총장 지명 당시 당장의 따가운 비판 여론보다 다른 인물을 그 자리에 앉힐 경우 리스크가 훨씬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김 총장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무리하게 덮으려 할 경우 현 정권의 임기말 권력누수 현상과 맞물려 검찰 내부 불협화음이 터져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김 총장은 권력기관 개편에 따라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의 업무 협의나 경찰과의 업무 조정 등에서 이전보다 훨씬 매끄럽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검찰의 중립성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검찰 조직의 신뢰를 얻지 못할 뿐 아니라 검찰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수도 있다. 권력 앞에서도 당당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는 결코 작지 않다. 김 총장은 이 점을 무엇보다 엄중히 새겨야 할 것이다.
[사설] 야당 패싱하고 임명한 검찰총장, 정치 중립 지켜낼까
입력 2021-06-01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