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미션어워드 ‘올해의 목회자상’에 선정된 서대천 서울 홀리씨즈교회 목사가 31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처음 했던 말은 “자녀들에게 예수를 가르치면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 기도하는 부모의 자녀는 절대 망가지지 않는다”였다.
그는 목회자 가정에서 2남5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부친은 가나안농군학교 설립 멤버로 평생 산간벽지에 7개 교회를 개척한 서효근 목사다. 형은 서대운 인천 예수마을교회 목사다. 1983년 군생활 중 부친이 소천했는데, 마지막 유언이 “너는 아직도 육의 사람이다. 이제는 목사가 되어라”는 것이었다.
서 목사는 “아버지는 늘 ‘혼자 잘 살려고 하지 말고 한 영혼의 구원에 힘쓰라. 나중에 목사가 되면 세상 교회처럼 목회부흥을 꿈꾸지 말고 사람들이 죄인이라는 것을 고백하고 예수 그리스도가 주인임을 알게 하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회고했다.
부친의 당부와 달리 그는 장로로서 선교사를 후원하는 게 꿈이었다. 1995년부터 서울 서초구에서 세광학원을 운영하며 교육사업에 뛰어들었다. 98년에는 인터넷 방송, 교회 홈페이지 제작 전문 IT기업인 나야커뮤니케이션을 설립했다.
학원에서 잘 가르친다는 소문이 나자 수업을 듣는 고3 학생만 100명이 넘었다. 그의 교육방식은 독특했다. 인성교육을 시키고 주일만 되면 원하는 학생들을 데리고 교회에 갔다.
서 목사는 “그전까지만 해도 서울 시내 10대 대학에 학생들을 보냈는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지방대학이 소외되고 서울 안의 대학, 소위 ‘인서울’을 선호하는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정원이 7만여명에 불과한 서울권 학교에 60만명의 아이들을 억지로 밀어 넣으려고 하다가 왕따와 폭행 등 갖가지 문제가 발생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면서 “그러던 차에 미국 교환교수로 갔다가 글로벌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방향을 틀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육방향을 국내 대학 진학에서 글로벌 인재육성으로 바꾸고 2009년 목사안수를 받았다. 신앙교육이 되기 위해선 목회자가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교육사업가에서 목회자로 신분이 바뀌자 ‘학원도 모자라 교회 돈까지 벌려고 하느냐’ ‘회장 서대천은 괜찮지만, 목사 서대천은 싫다’며 학원 학생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서 목사는 “그때 ‘단 한 명의 학생이 남아도 좋사오니 타협하지 않고 하나님 안에서 참교육을 하게 해주세요.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바른 교육을 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는 기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목사는 영혼의 수술가다. 영적으로 병이 들었다면 과감히 수술용 칼을 들어야지 달콤한 위로나 하면서 사람 눈치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공부를 싫어하는 문제아들을 붙잡아 놓는 힘은 영성 교육이었다. 아이들의 유형은 천차만별이었는데,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가정 특성, 아이의 성향, 정신상태에 따라 제각각이었다.
서 목사는 “다수의 학생과 학부모를 면담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부모들이 아이의 가짜 모습에 속고 있다는 것이었다”면서 “부모들은 자녀가 말을 잘 듣는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돈, 인터넷, 게임 등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가면을 쓰고 있었다. 가면 뒤에 내재된 부모에 대한 분노가 상상을 초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등 선호, 줄세우기식 교육방법 등 약육강식과 같은 교육현장에서 상처받고 내면이 뒤틀린 아이들을 1대 1로 상담하고 내면의 문제를 어루만졌더니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면서 “하나님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아이의 내면이 단단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홀리씨즈교회가 다음세대에게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나는 하나님의 존귀한 자녀이며 최고의 걸작품이다. 태초부터 하나님이 내게 원하시는 일이 있어 세상에 보내시고 그 씨앗을 내게 심어놓으셨다.’ 서 목사는 “이 사실을 깨닫게 되면 웬만한 어려움 앞에 좌절하지 않는다. 하나님이 자신을 붙잡고 계신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서 목사는 강단에서 십자가 보혈과 원죄에 초점을 맞췄다. 깊이를 다 알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 앞에 죄인임을 강조하는 데 축복, 위로와는 거리가 멀다. 그의 설교는 기복적인 신앙, 윤리·도덕 중심의 인본적인 신앙, 율법무용론 신앙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데 있다.
서 목사는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는 예배행위를 마치 복의 수단으로 여기는 샤머니즘적 사고에 머물러 있다는 데 있다”면서 “예수를 팔아 자기 유익을 챙기기 급급한 신앙관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다른 잘못된 신앙은 예수 믿고 근검, 청렴해야 한다는 윤리·도덕적인 가치관”이라면서 “겉으로는 그럴듯하지만 이런 인본주의적 신앙을 지니면 내가 마치 의로운 자, 거룩한 자라는 착각에 빠지고 그 기준으로 남을 정죄하다가 결국엔 하나님 자리에 올라간다”고 꼬집었다.
서 목사는 “확실한 사실은 교회가 윤리·도덕을 가르치는 종교기관, 인격개조의 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라면서 “교회는 인간이 죄인이며, 예수 믿고 천국을 가서 구원을 얻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선포하는 거룩한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목사의 마지막 당부도 다음세대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오늘의 교육문제는 마음이 갈기갈기 찢긴 아이들에게 영어 수학을 몇 시간 더 가르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이어 “문제를 풀고 싶다면 가정에서도, 교회에서도 복음의 핵심인 예수를 우선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면서 “교회도 예수님이 그리스도라는 복음을 벗어난 인격개조, 성공, 긍정, 윤리, 도덕 등은 그만 외칠 때가 됐다”고 당부했다.
그의 모친은 올해 92세인데, 목회자인 두 자녀를 위해 오늘도 기도의 제단을 쌓고 있다고 한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