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10명 가운데 6명 가량은 충치로 불리는 ‘치아 우식증’ 경험이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8년 아동 구강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유치를 대표하는 만 5세 아동의 치아 우식증 경험 비율은 68.5%, 영구치를 대표하는 만 12세의 경우 56.4%에 달했다. 충치의 발견과 치료는 아이가 있는 가정의 심각한 숙제가 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치과 공포증에 시달리는 어린이 가정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이달부터 ‘정량광형광기(큐레이펜)’를 활용한 새로운 충치 검진법(사진)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 방식은 치아 법랑질 상태에 따라 반사하는 빛의 파장이 다르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방사선이 아닌 가시광선을 사용해 인체에 무해하다. 푸른 빛을 내는 펜 모양의 장비를 입안에 갖다 대면 충치 부위를 붉은색 형광으로 표시해 준다.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치아 상태를 정량화된 데이터로 시각화해 치과의사의 판단을 돕는다.
육안 관찰이나 X선영상(흑백) 등 기존 진단법으론 찾기 힘든 치아 인접면이나 교합면(씹는 면)의 숨은 충치를 찾는데 효과적이다. 어린이와 가족, 의사가 컬러 모니터를 함께 보며 치아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신의료술로 인증받은 정량광형광검사법을 최근 건강보험 급여 항목으로 지정·고시했다. 급여 대상은 만 5~12세다. 구강 당 6개월 간격으로 1년에 2차례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본인부담률은 40%다. 다만 치근단(치아뿌리)이나 파노라마 X선 촬영 등 기존 검사법을 병행할 경우 동시 혜택은 볼 수 없다. 오송희 경희대치과병원 영상치의학과 교수는 31일 “충치의 초기 단계, 충치로 진행되기 이전 단계(플라크)까지 선제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아울러 충치가 일어나는 치아 부분이 사진이나 영상에 붉게 나타남으로써 아이 스스로 자신의 치아 상태에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