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에 다시 드리운 ‘조국의 그늘’… 이낙연·정세균은 띄우며 지지층 흡수 노력

입력 2021-05-31 04:08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사진) 출간으로 더불어민주당에 또다시 ‘조국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조 전 장관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민주당 내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악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민감한 주제인 탓에 여권 대선 주자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여당에서 조 전 장관을 향한 응원 메시지가 나오자 야당은 ‘조(曺)비어천가’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조 전 장관은 30일 페이스북에 “법무부 장관 지명 이후 벌어진 ‘사태’를 정확히 기록함과 동시에 그동안 하지 못한 최소한의 해명과 소명을 한 것”이라고 회고록 출간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 책은 정치 활동을 하기 위함도 현재의 정치과정에 개입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빠르게 ‘조국의 시간’ 파장을 흡수하고 있다. 회고록 출간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여당 대선 주자들은 조 전 장관 끌어안기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7일 “그간의 일을 어떻게 떠올리고 집필하셨을지 헤아리기도 힘들다.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고 했다. 정 전 총리도 이튿날 “조국의 시간은 역사의 고갯길이었다”며 조 전 장관을 치켜세웠다.

반면 여권 대선 후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이 지사 측 관계자들은 “굳이 입장 표명을 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환영 메시지를 낼 필요도 없지만 비판 목소리를 내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살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 행보에 여당 일각에서는 당혹감도 감지된다. 한 초선 의원은 “대선 국면에서는 미래지향적 논의들이 이뤄져야 하는데, 과거를 놓고 소모적 논쟁만 이뤄질까 걱정이 크다”고 했다. 6월 2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의 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송 대표는 조 전 장관 및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태 등에 대해 사과할 뜻을 시사한 바 있다.

야당은 공격 수위를 높였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한심한 민주당”이라고 일갈했다. 유 전 의원은 “불공정과 불법, 거짓과 위선의 상징인 조국씨가 책을 내자 민주당 인사들이 아부 경쟁에 나섰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주호영 의원도 “4·7 재보궐선거에서 왜 20대들이 국민의힘 후보를 찍었고 왜 ‘공정’이 시대의 어젠다가 됐는지 조국씨는 아직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가현 강보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