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로 분류돼 부정적 인식이 컸던 ‘대마’가 의료 산업의 블루 오션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만성 통증부터 우울증까지 다양한 질병에 처방할 수 있는 의료 성분이 각광을 받는다. 2025년이면 세계 의료용 대마 시장 규모가 60조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독일 등 주요국들이 의료용 대마 재배·사용을 허가하기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 역시 대마 재배의 제한적 허용과 함께 지난해부터 연구개발 등에 뛰어들었지만 아직은 기술 격차가 커 수입산 대체 및 새로운 먹거리 확보를 위해 잰걸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합법적인 의료용 대마 시장 규모는 2025년에 558억 달러(약 62조2170억원) 수준으로 성장이 전망된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그랜드 뷰 리서치가 각국 의료용 대마 시장 현황을 종합해 전망치를 내놨다. 세계 주요국이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하는 움직임이 영향을 미쳤다. 의료용 대마 재배를 허용하는 국가는 2010년만 해도 5개국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기준 45개국으로 10년새 9배나 증가했다.
대마의 약용 성분으로 다양한 질병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대마에서 추출하는 ‘칸나비디올(CBD)’이라는 성분이 주인공이다. 영국 등 의료용 대마 활용이 활발한 국가의 경우 만성 통증, 위장병, 편두통 등 30여개 질병에 널리 처방된다. 한국에서도 의료용 대마는 특정 질병에 특효약으로 인식된다. 대마가 주원료인 난치성 뇌전증 치료제 ‘에피디올렉스’가 대표적이다.
한국이 2019년 마약류관리법을 개정하고 경북도가 대마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한 점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100% 수입에 의존하는 에피디올렉스 등 의료용 대마의 국산 대체가 목표다. 독일이 2017년 마약법 개정으로 전량 수입하던 의료용 대마 국내 생산을 허용한 것과 닮은꼴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시작 단계나 마찬가지다. 의약품 개발까지 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나마 국산 품종 개발이 코앞까지 왔다는 점이 산업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농진청은 CBD 성분이 다량 포함되면서 환각 작용이 있는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은 최소화한 품종 개발을 진행 중이다. 국내외 85개 대마 자원을 수집해 목표에 근접한 6개 자원으로 압축하는 단계까지 성공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품종 개발을 추진해 2024년에는 대량 생산 기반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