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즐기자” 노마스크 미국인들, 감염 우려에도 보복여행

입력 2021-05-31 04:06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를 이틀 앞둔 29일(현지시간) 대규모 인파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의 해안 부두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다. 전미자동차협회(AAA)는 메모리얼 데이 연휴 동안 여행객이 37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AFP연합뉴스

마스크를 벗어 던진 미국인들이 여름 휴가철을 맞아 ‘보복 여행’에 나섰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억눌려왔던 여행 수요가 백신 접종 이후 폭증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를 하루 앞둔 30일(현지시간)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전역의 주요 공항과 관광지는 여행객들로 붐볐다. 플로리다의 마이애미 해변과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수영장, 올랜도의 각종 놀이공원에는 마스크를 벗은 여행객들로 꽉 찼다. 대도시 외곽 도로에선 교외로 빠져나가려는 차량이 몰리면서 극심한 정체를 빚기도 했다.

AP통신은 관광지 호텔 대부분 주말 예약이 가득 찼고 주요 관광지에선 렌터카조차 구하기 힘든 상황이며 공항 보안 검색대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고 전했다.

미국인들 사이에선 ‘코로나19 이전의 삶을 회복했다’는 희망적인 반응이 나온다. 생일파티를 즐기려고 50여명의 친척과 함께 마이애미 해변을 방문했다는 한 부부는 “해변을 걷고, 먹고 마실 장소들을 찾는 등 모든 것들이 좋았다”며 “우리는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산타모니카 해변의 한 레스토랑 주인은 “이제야 우리의 삶을 되찾았다”며 몰려든 인파에 감사를 표했다.

전미자동차협회(AAA)는 여름 휴가철의 시작을 알리는 메모리얼 데이 연휴 동안 여행객이 37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60% 증가한 수치다.

항공편 수요도 폭증했다. 미 교통안전청(TSA)에 따르면 27일 185만명이 항공기를 이용했고 28일에는 이용자 수가 196만명을 기록해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로버트 싱클레어 AAA 대변인은 “미국인들이 ‘보복 여행’에 나섰다”며 “지난해 여행하지 못해 절약했던 돈을 지금 쓰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백신 접종 취약 지역에 대한 우려가 없진 않다. 컬럼비아대 전염병학자인 와파 엘 사드르 박사는 “백신 접종률이 낮고 마스크 착용 비율이 낮은 특정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코로나가 급증할 수도 있다”며 “소규모 집단감염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