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감독, 상장 요건 강화·‘불량’ 차단책 없어 ‘약효’ 의문

입력 2021-05-31 04:02

정부가 한 발 늦게 암호화폐(가상화폐) 관리·감독안을 내놓은 가운데 그 실효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암호화폐 범죄, 투자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정부 차원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관리안이 마련됐지만, 암호화폐를 제도권에 들일 수 없다는 정부 입장은 지속되면서 소극적인 대응책이 나왔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 28일 국무조정실 주재 회의에서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암호화폐 사업자 관리·감독 주관부처를 금융위원회로 정했다. 또 9월까지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기존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과 와 함께 거래소에 대한 감독을 추가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의 특금법 시행령 개정 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거래소는 자체 발행한 코인의 매매·교환을 중개하거나 알선하지 못한다. 특히 임직원이 소속 거래소에서 코인을 거래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이는 자전거래(거래소 계좌로 코인을 반복해 사고파는 행위)를 통해 거래소가 인위적으로 거래 규모를 부풀리거나 시세 조종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에선 법망을 피한 자전거래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심지어 메이저 거래소에서도 최근까지 자전거래를 했다는 이야기가 들리지만, 마땅히 증거를 찾기 어려워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서울남부지법이 2018년 업비트 운영진의 자전거래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한 영향도 있었다. 당시 재판부는 “현행 법령상 거래소의 암호화폐 거래 참여 자체가 금지된다고 볼 수 없고, 그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었다.

그런데 이번 암호화폐 관리 방안에는 코인 종목 상장 요건 강화나 ‘불량 코인’을 솎아낼 수 있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암호화폐 상장 절차는 코인 발행처가 제출하는 ‘프로젝트 백서(일종의 사업 계획서)’를 거래소가 자체 검토하는 게 전부다. 이 때문에 허위·과장 백서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다는 비판은 수차례 제기됐었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30일 보고서에서 “암호화폐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백서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는 한편, 백서 수록 내용과 형식이 구체적으로 규정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프로젝트가 백서에 적시된 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책임은 발행처와 취급업소가 물을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내년부터 암호화폐 과세 방침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에 금융연은 “암호화폐 투자 이익 실현에 대한 과세는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관리 방안 발표 이후 암호화폐 가격은 약세를 보였다.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8일 6.10%, 29일 2.37% 하락했는데,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론 소폭 상승한 4300만원대에서 거래됐다. 이더리움은 28일부터 10% 가량 하락해 30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