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국 사태 반성한 게 엊그제인데 또 ‘조비어천가’라니

입력 2021-05-31 04:05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회고록 ‘조국의 시간’을 내놓았다. 2년 전 ‘조국 사태’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검찰과 언론에 불만을 쏟아낸 책이다. 조 전 장관이라고 책을 내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유례 드문 국론 분열의 씨앗을 제공한 장본인이자 각종 의혹과 관련해 여전히 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 일방적 주장을 담은 회고록을 낸 것은 시기적으로도, 내용상으로도 부적절하다. 그런데 그런 그를 여당의 대선 주자들이 잇따라 두둔하고 나서 더더욱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두둔하는 정도가 단순히 덕담이나 위로 차원을 넘어 조국 사태가 야기한 불공정 문제를 부정하는 것처럼 들려서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8일 조 전 장관 회고록에 대해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 고난 속에 기반을 놓은 검찰개혁 완성에 저도 힘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 자녀 입시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이명박정부 때 도입한 입시 제도 자체가 불평등했다”며 엉뚱한 탓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역시 “공인이라는 이름으로 발가벗겨지고 상처 입은 그 가족의 피로 쓴 책이라는 글귀에 가슴이 아리다. 부디 조국의 시간이 법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그 진실이 밝혀지길 기원한다”는 입장을 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더 나아가 “검찰개혁이 안 돼 조국 사태가 일어났다. 조국의 시간은 우리의 이정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일제히 ‘조비어천가’를 부른 것은 당내 대선 경선을 앞두고 강성 지지자 표를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표가 급하다 해도 조 전 장관 측의 불공정 문제와 관련해선 이미 국민적 심판이 내려진 상황인데, 마치 그 심판이 잘못된 것인양 주장해선 안 될 것이다. 게다가 숱한 여권의 원로들과 민주당 의원들조차 조 전 장관 때문에 국민이 등을 돌렸다고 수십 차례 반성문을 쓰지 않았던가. 일부 극성파 의원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대선주자들까지 나서 조 전 장관을 계속 옹호한다면 자칫 내년 대선을 앞두고 나라가 또 두 동강으로 갈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여당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자중하고 또 자중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