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까지 작년보다 89%나 늘어나
2019년 대규모 유행 이후 최다
질병청, 전국에 A형 간염 주의보
20∼40대 환자 많아… 예방접종해야
2019년 대규모 유행 이후 최다
질병청, 전국에 A형 간염 주의보
20∼40대 환자 많아… 예방접종해야
전염성 강한 A형 간염의 증가세가 심상찮다. 3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22일까지 발생한 A형 간염 환자는 243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10명)보다 86%나 늘었다. 대규모 유행이 있었던 2019년(5512명)을 제외하고 2011년(2755명) 이후 같은 기간 환자 수로는 가장 많다. 감염원 중 하나로 조개젓의 원료인 소금에 절인 중국산 바지락살이 지목됐다. 질병청은 전국에 A형 간염 주의보를 내리고 껍질이 두 개인 조개류(이매패류)는 반드시 85~90도 열로 4분 이상 충분히 익혀 섭취할 것을 당부했다.
A형 간염은 어린이의 경우 걸리면 대부분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지만 20세 이상은 ‘급성 간염’을 일으켜 한 달 넘게 입원 치료나 요양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또 잠복기가 2~7주(평균 30일)로 길어 자신이 회복된 뒤 뒤늦게 가족이나 주변 사람에게 발병하는 경우도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청 관계자는 “지난 3월부터 경기와 서울 인천 등과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A형 간염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상당히 이례적으로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주당 100명 이하로 유지되던 환자 수가 3월부터 주당 150~200명선으로 늘었다. 전체 1만7500여명의 환자 수를 기록한 2019년의 큰 유행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질병청과 지방자치단체 역학조사 결과 지난해 9~11월 중국 단둥에서 포장·수입돼 국내 유통된 염장 바지락살에서 A형 간염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됐다. 인천의 한 식당에서 제공된 조개젓 반찬과 경기도 소재 전통시장에서 구매한 조개젓 제품이 해당 중국산 염장 바지락살로 만들어졌고 수입된 20t의 물량은 경기 인천 등 전국에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돼 현재까지 확인된 A형 간염 환자는 8명 가량이다.
중국산 염장 바지락살의 A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은 수입·통관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전수 검사가 아닌 샘플링(표본) 검사여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당국은 2019년 유행을 부른 이른바 ‘A형 간염 조개젓’ 사태 이후 중국산 등 수입 조개젓과 원료에 대한 검역을 강화했으나 또 다시 구멍이 생긴 것이다.
식약처는 통관 단계에서 A형 간염 바이러스 검사 이력 없이 유통되고 있는 염장 바지락살 제품을 대상으로 수거 검사를 실시키로 했다. 아직 국내산 조개젓이나 원료에서 A형 간염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는 없다.
전문가에 따르면 A형 간염 바이러스는 바지락이나 굴, 백합 등 껍데기가 두 개인 패류의 소화기관 ‘중장선’에 농축된다. 껍데기가 한 개인 전복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 소금에 절인 바지락의 경우 세균은 염분에 의해 파괴되지만 바이러스는 죽지 않는다. 다만 중국산 염장 바지락살과 관련해 역학적으로 확인된 A형 간염 환자가 아직 소수여서 다른 감염원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질병청 관계자는 “A형 간염 바이러스는 혈액을 통해 옮는 B·C형 간염과 달리 감염자의 분변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에 의해 전파되기 때문에 외출이나 화장실 다녀 온 뒤 손씻기를 철저히 하고 과일·채소 등은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먹으며 물은 항상 끓여 마시는 게 예방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근래 발생하는 A형 간염은 20~40대 젊은 환자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신현필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과거와 달리 위생상태가 좋아지며 역설적으로 A형 간염 항체를 가진 사람이 줄었다. 또 국가필수예방접종(NIP) 혜택을 입은 아이들과 달리 20~40대는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질병청이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통해 확보된 10~59세 3998명 검체로 A형 간염 항체 양성률을 조사한 결과 25~29세(19.5%) 30~34세(20.6%) 35~39세(31.6%) 20~24세(34.0%) 40~44세(47.8%) 순으로 낮았다. 실제 올해 발생한 A형 간염 환자의 76.1%가 20~40대였다.
A형 간염은 피로감, 복부 불편감, 소화불량, 구토, 오한, 발열 등 증상을 보이는데 초기에는 감기나 몸살, 장염으로 오해하기 쉽다. 질병 후반기에는 황달이나 콜라색 오줌이 나타난다. 감염 환자의 85%는 3개월 안에 자연 치유되지만 15%는 1년까지 지속되거나 재발할 수도 있다. 유수종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연령이 높거나 B·C형 간염을 갖고 있는 경우 급속히 악화돼 ‘전격성 간염’으로 진행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A형 간염을 예방하려면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와 함께 백신 접종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And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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