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교회, 이대로 가다간 5년 내 줄줄이 문 닫아… 도시교회와 공동체 형성 등 대안 시급”

입력 2021-05-31 03:03
서종석(오른쪽) 함평전원교회 목사가 지난 27일 제주 오리엔탈호텔에서 열린 예장합동 농어촌교회 교역자부부세미나에서 오정호 농어촌부장과 함께했다.

“이대로 가다간 5년 이내에 문 닫는 농촌교회가 속출합니다. 제가 목회하는 전남 함평 손불면만 하더라도 30여년 전 180가구였지만, 지금은 78가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교회 성도 중 제일 어린 성도가 50대 중반입니다.”

서종석(67) 함평전원교회 목사는 지난 27일 제주에서 진행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장 소강석 목사) 농어촌교회 교역자부부세미나에서 농촌교회의 현실과 선교적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1988년 농촌목회의 소명을 안고 쇠약한 아내와 함께 농촌으로 향했다”면서 “목회 현장에서 어르신들과 부딪히며 깨달은 것은 열정만으론 부족하다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서 목사는 마을 일원이 되기 위해 부임 후 10년간 주민들의 애경사를 모두 챙겼다. 교회 출석여부와 상관없이 동네 어르신이 아프다고 하면 병원까지 찾아갔다. 그러다 10년이 됐을 때 목회 한계에 도달했다.

그는 “전주에서 청빙이 들어와 떠날 생각을 하고 새벽기도를 하는데, 하나님께서 ‘너 같은 농촌 목사를 만들려면 또다시 10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응답을 주셨다”면서 “그 말씀을 듣고 한참을 울고 농촌목회를 위하다 죽겠다고 다짐했다. 훗날 이사할 때 쓰려고 다락방에 보관했던 박스를 모두 꺼내 불태워 버렸다”고 말했다.

농촌에 뼈를 묻기로 한 그가 시작한 것은 경로잔치와 주민초청 전도잔치, 방과 후 학교 운영, 영농교육이었다. 특히 1999년부터 오리농법을 시작했는데, 호응이 좋았다. 2010년 도농울영농조합법인을 세우고 농가소득 증대에 힘쓰고 있다.

서 목사는 “그동안 대안을 찾기 위해 발버둥쳤지만, 인구급감 앞에선 정말 대책이 없었다”면서 “최근 지역 초등학교 4개 중 절반이 폐교했다. 신입생 7명도 다문화 가정이나 결손가정 아이들이었다”고 했다.

그는 “생계 위기에 몰린 작은교회 목회자들은 몰래 택시 운전을 하는 경우도 있다. 사모들은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생계를 책임지는 게 불문율처럼 자리 잡았다”면서 “농촌은 목회자와 교회 건물은 있는데 성도가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이어 “교회가 목회자 생계조차 책임지지 못하니 주중 시내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주말에만 목회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임지를 찾지 못한 50·60대 목회자가 많기에 농촌교회로 부임하겠다는 사람은 여전히 있다. 대부분 도시교회의 도움을 받을 생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대안은 농도(農都) 공동체 형성과 친환경 농법적용, 농어촌선교연구소 및 농어촌목회자협의회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서 목사는 “농촌 목회자는 패배의식을 극복하고 ‘내 먹거리는 내가 책임진다’는 자립 의지를 가져야 한다”면서 “도시교회도 부목사 1명과 전도인력을 함께 파송하는 농도 공동체 관점, 선교적 관점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목회 이중직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순회 목회자를 두고 여러 교회를 담당하는 것도 현실적 대안”이라면서 “장기적으로 농촌생태 체험교육장, 각종 세미나와 수련회를 위한 공간, 휴양시설과 체육시설을 갖춘 전원교회 개념을 지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 목사는 “한국교회가 농어촌선교연구소와 훈련원을 만들고 친환경 농법 교육, 귀농·귀촌 희망자 정착 교육, 농어촌 목회자 재교육 등 하루빨리 대안을 제시할 때”라고 덧붙였다.

제주=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