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명품이 뭐길래

입력 2021-05-31 04:07

명품소비가 폭발을 한다더니 며칠 전에는 루이비통 그룹 회장이 아마존 창업자를 누르고 세계 최고 부자로 등극했다는 뉴스까지 들렸다. 국내에서는 명품 매출의 반 가까이를 2030세대가 차지한다고 한다. 보복쇼핑이니 플렉스니 그 이유를 찾는 기사들도 줄을 잇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뭔가 좀 의아했다. 최근 10년여 동안 MZ세대의 소비문화가 상당히 건강하게 바뀌고 있는 것에 주목해 왔었다. 브랜드를 따지지 않는 ‘개성 소비’ ‘개념 소비’ ‘착한 소비’처럼 기성세대와 달리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자신감 넘치는 소비문화에 박수를 보냈었는데 명품에 대한 엄청난 사랑, 이건 도대체 뭘까? MZ세대의 명품 사랑은 1990년대 명품 붐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려는 과시 욕구는 비슷하지만 1990년대에는 전 세대가 명품으로 사회적 지위나 부를 과시하는 데 동참했었다면 지금의 MZ세대는 경제적 여력에 더해 자신의 취향과 안목을 자랑하려는 의도가 더 큰 것처럼 보인다. 대학생들과 명품소비 문화에 대해 얘기해 보면 ‘취향의 표현이다’ ‘심미안을 자랑하는 거다’ ‘자기만족이다’라는 항변성 의견이 많다. 스니커즈 하나를 사려고 한 달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말이 기성세대에게는 기함하게 들려도 그들에게는 일상의 소소한 도전이고 즐거움이라니 이런 글도 일종의 꼰대 짓일 것이다. 하지만 당당한 항변 뒤로 명품을 사지 못해 기도 죽고 스트레스가 된다는 얘기도 조용히 많이 들린다. 누군가의 자랑이 다른 누구에게는 압박이 되는 것이다. 옷은 내 지갑 형편에 맞게 사면 작은 투자로 제법 큰 만족감을 주는 물건이지만 과시에 동참하는 순간 매일이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요즘은 저렴하면서도 취향과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옷들이 충분히 많으니까 명품에 큰 관심 없던 젊은이들이라도 괜한 열풍에 휩쓸리는 대신 당당하고 슬기로운 패션생활을 이어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윤소정 패션마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