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이 10% 고지를 넘어섰다. 지난 2월 26일 국내 접종을 시작한 지 91일 만이다.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 시작과 위탁의료기관 확충, 백신 인센티브 등이 맞물리며 상반기 1300만명 접종 목표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28일 오후 5시 기준으로 국내 백신 접종자가 전날보다 57만3000명 늘었다고 밝혔다. 이 중 1차 접종자는 51만3000명으로 누적 520만4000명이 됐다. 전날 하루 동안 역대 최다인 65만7192명이 접종받은 데 이어 이날까지 합해 이틀 만에 116만여명이 1차 접종을 받은 셈이다. 인구 대비 1차 접종률은 10%를 달성했다.
접종 속도를 대폭 끌어올린 요인으로는 전날 시작된 65세 이상 고령층 접종이 첫손에 꼽혔다.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차장은 “사전예약자의 98% 이상이 실제 접종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전예약을 통한 접종이 많이 이뤄지다 보니 잔여 백신 접종자도 따라 늘어났다. 예약자가 나타나지 않아 주인을 잃은 백신은 적었지만, 5명만 사전예약을 하면 10명분이 들어 있는 바이알(병) 하나를 새로 개봉하다 보니 나머지 5명분은 대기자나 당일 예약자에게 돌아간 것이다. 전날 하루 6만2000명가량이 예비명단(약 5만8000명)이나 네이버·카카오 당일 예약 서비스(4229명)를 통해 잔여 백신을 접종했다.
현재 속도를 유지한다면 상반기 1300만명 접종 목표는 달성될 가능성이 크다. 접종량이 줄어드는 주말·휴일을 아예 빼더라도 24일 동안 하루 평균 34만6000여명씩 맞으면 된다. 이를 뒷받침할 물량 공급엔 일단 숨통이 트였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본부장은 “상반기 도입 물량인 1838만회분 중 1164만회분이 공급됐다”며 “다음달 첫째 주까지 260만회분을 추가로 공급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7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적용할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앞서 ‘상반기 1300만명 접종’과 ‘하루 확진자 1000명 이내’를 거리두기 개편안 적용의 전제로 밝혔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587명이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예방접종과 유행 통제 모두) 계획대로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1300만명이란 수치에 집착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접종 속도보다 중요한 게 방향”이라며 백신 인센티브를 원하는 청장년층 접종자 비율만 올려선 고위험군 우선 보호라는 핵심을 놓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중순 연달아 사전예약을 시작한 70~74세와 65~69세는 이날 0시 기준 각각 71.7%와 67.4%의 예약률을 보였다.
변이 바이러스의 변수도 있다. 더 빠르게 전파되는 변이 바이러스가 지역사회 유행의 우점종으로 자리 잡으면 집단면역을 위해 백신을 맞아야 하는 인구의 비율도 올라간다. 김 교수는 “다음달 중엔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이 50%를 넘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완치자들이 얻은 ‘자연면역’으로부터 간접적으로 도움을 얻기도 어렵다. 방대본은 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전국 16개 시·도 2248명 중 6명만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날 밝혔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