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 4명 앞에 이준석… 野, 거센 ‘변화의 바람’

입력 2021-05-29 04:00
연합뉴스

제1야당 국민의힘이 거대한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당권 레이스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준석(사진) 후보가 예비경선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며 ‘30대 당대표’에 한 발 다가섰다. 이런 추세가 본 경선에서도 계속될 경우 ‘기성정치 혁신’의 태풍이 보수 정당 차원을 넘어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면 중진 그룹은 세대교체 바람 와중에도 본 경선에 4명이 진출해 경륜과 조직의 힘이 만만치 않음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6~27일 진행된 당원 투표 및 일반 국민 여론조사 결과, 나경원 이준석 조경태 주호영 홍문표 후보 등 5명이 본 경선에 진출했다고 28일 밝혔다. 초선으로 경선에 뛰어들었던 김웅 김은혜 후보와 3선 윤영석 후보는 탈락했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후보는 전체(당원투표·여론조사 합산) 41%의 지지율로 나 후보(29%)와 주 후보(15%)를 크게 앞서며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무려 51%를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의 변화를 바라는 여론이 이 후보 쪽으로 크게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이 후보는 당원 투표에서도 31%를 확보해 나 후보(32%)와 대등한 결과를 얻었다. 특히 대구지역 5선인 주 후보(20%)를 앞서는 이변을 연출했다. 영남 보수 지지층에서도 당이 획기적으로 변해야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면서 전략적 투표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네거티브 없이 끝까지 비전과 미래로 승부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 후보를 비롯한 중진들의 ‘역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본 경선 룰(당원투표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은 예비경선(당원투표 50%,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보다 당원 비중이 높아 중진들에게 유리하다. 여기에 중진 일부가 단일화할 경우 최종 승부를 예측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중진들은 1위 주자인 이 후보를 향해 날 선 신경전을 이어갔다. 주 후보는 국민의힘 서울시당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대선 경선 관리에 공정성 시비가 일어날 사람을 선택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가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깝다는 점을 재차 지적한 것이다. 나 후보도 “정권교체를 위한 리더십은 변화만으로는 안 된다. 통합의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며 세대교체 바람 차단에 주력했다.

당내에서는 향후 본 경선이 과열 양상으로 흘러 당의 역동성을 입증하기보다 자칫 내분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중진들은 계파를 거론하고, 이 후보는 중진들에게 ‘탐욕스러운 선배’라고 하지 않았느냐. 분열과 갈등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당이 또 다시 과거로 회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후보들에게 남겨진 숙제”라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