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검찰 인사 적체’ 언급 다음날 조상철 사표

입력 2021-05-29 04:01
연합뉴스

조상철(52 사법연수원 23기·사진) 서울고검장이 검찰 인사를 앞두고 법무부에 사표를 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 인사 적체를 언급한 후 현직 고위간부가 처음 사의를 표명했다. 정권에 각을 세웠던 검찰 고위간부들에 대한 물갈이 인사가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검찰 안팎에선 “고검장들을 우회적으로 압박해 물러나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조 고검장은 28일 “떠날 때가 됐다”며 사의를 밝혔다. 검사장급 이상 공석은 8곳이 됐다. 고검장들의 추가 사표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택시기사 폭행 혐의를 받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도 이날 사표를 냈다. 법무부 장관과 차관, 검찰총장 후보자와 서울중앙지검장 등 4인방이 모두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차관은 “법무 검찰의 혁신과 도약을 위해 새 일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검장들이 물러나야 한다는 뜻을 에둘러 말한 거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검찰은 조만간 이 차관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날 법무부 검찰인사위원회는 회의를 연 뒤 “고호봉 기수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검사장급 이상을 보직 내에서 탄력적으로 인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고검장들을 검사장급 자리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나 고검 차장검사에 앉히겠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나가지 않으면 망신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연수원 20기인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임명되면 연수원 23기인 고검장들은 물러나지 않아도 된다. 검찰 내부에도 현직 고검장들이 조직의 중심을 잡아주길 바라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고검장들이 물러나지 않으면 정부가 원하는 대규모 검찰 인사를 하기 어렵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등 주요 국면에서 반기를 들었던 고검장들이 남는 것은 정권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현직 고검장들은 여권에서 추진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정책에도 비판적 의견을 냈었다.

검찰에서는 법무부가 사실상 용퇴를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간부는 “윤 전 총장 사퇴 후 고검장들도 사직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렇게 등 떠밀려 나가는 분위기를 만드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