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부모 찬스 불공평”… 조국 “가족 피에 펜 찍어 책 썼다”

입력 2021-05-28 04:04
이낙연(오른쪽)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이광재 의원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7일 출간한 대담집에서 ‘조국 사태’를 비판하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곧바로 자신의 책 출간 사실을 알리며 맞불을 놨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앞둔 민주당에서 조국 갈등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쇄신을 약속한 민주당이 그동안 성역처럼 여겨온 ‘조국의 강’을 건널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발간한 대담집 ‘이낙연의 약속’에서 조 전 장관을 비판했다. 그는 청년들이 중시하는 공정을 거론하며 “논문의 제1저자 등재나 특정계층 학생만이 부모 찬스를 이용해 인턴을 하게 하는 입시제도 자체가 불공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녀 입시비리 논란으로 청년 민심이반을 일으킨 조 전 장관을 향해 날을 세운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조국 사태를 염두에 둔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조 전 장관도 기다렸다는 듯 책 출간을 공개하며 맞수를 뒀다. 그는 페이스북에 “장관 지명 이후 자신과 가족에게 벌어진 일들을 정리한 책 ‘조국의 시간’을 다음 달 1일 출간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대표적인 친문(친문재인) 후보인 이 전 대표가 자신을 비판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지 불과 7시간 뒤다. 조 전 장관은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써 내려가는 심정이었다”고 토로했다.

조 전 장관은 ‘조국 책임론’에 불만을 터트렸다. 그는 출판 이유에 대해 “4·7 재보선 이후 저는 다시 정치적으로 재소환됐다”며 “‘기승전-조국’ 프레임은 끝나지 않았다. 여당 일각에서도 선거 패배가 ‘조국 탓’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직 고위공직자로서 정무적·도의적 책임을 무제한으로 지겠다”며 “저를 밟고 전진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또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더 늦기 전에 최소한의 해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저의 시선에서 제가 겪고 있는 아픔의 역사를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조 전 장관의 책 출간 소식이 전해지자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정치적 격랑은 그의 이름을 수없이 소환한다.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고 올리며 수습에 나섰다.

다음 달 ‘자녀 입시비리’와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재판을 앞둔 조 전 장관이 재판을 앞두고 지지자 결집을 유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지층의 호응도에 따라 일부 친문 대선주자들이 조국 옹호에 나설 여지도 있다. 검찰 개혁을 내세운 ‘처럼회’ 소속으로 친조국의 대명사 격인 김용민 최고위원 등이 당 지도부에 포진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며 “촛불 시민들께 이 책을 바친다”고 했다.

민주당에서 조 전 장관은 성역처럼 여겨져 왔다. 금태섭 민주당 전 의원은 조 전 장관을 비판했다 친문 지지층의 집중 공격을 받고 탈당했다. 2030세대 초선의원 5명도 조 전 장관을 거론했다가 ‘초선 5적’이라고 공격당했다. 하지만 4·7 재보선 참패 이후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자성해야한다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