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인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에 홍장표(아래 사진)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가 끝내 선임됐다. 최근 들어 경제 정책을 둘러싸고 정부와 KDI 간 신경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인 홍 교수가 KDI 수장으로 오면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홍 교수를 제16대 KDI 원장으로 최종 결정했다. 임기는 오는 31일부터 3년이다. 대표적 진보 경제학자인 홍 교수는 문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과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며 소득주도성장을 설계한 인물로 꼽힌다.
문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일찍이 홍 교수가 차기 KDI 원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학계에서는 비판 여론이 빗발쳤다. KDI 출신 원로학자 19명은 “문제의 인사는 전대미문의 정책으로 경제를 파괴하고 민생을 질곡에 빠뜨린 경제 원론적 통찰력도 부족한 인사”라며 “망국적 경제정책 설계자가 KDI의 수장으로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국민을 우롱하고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대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KDI의 연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KDI는 지난달 29일 보고서를 통해 기획재정부의 중기 재정운용 계획을 꼬집었다. 주요국은 급증한 재정적자를 향후 4~5년간 감축시킬 것으로 계획하는데, 기재부는 중기 계획에서 2024년까지 대규모 재정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0일에는 한국 공기업 부채가 2017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23.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2.8%)을 훌쩍 넘어 OECD내 1위라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해당 두 자료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KDI는 최저임금 인상, 소득주도성장 등 현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서슴없이 각을 세워왔다. 2018년 5월 당시 기재부가 경제성장률을 3%로 전망했을 때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2018~2019년 성장률을 2%대로 내다봤다. 최경수 인적자원정책연구부 부장도 2018년 6월 브리핑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대 8만4000명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며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직설했다.
앞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에는 정해구 전 성공회대 교수가, 한국노동연구원장에는 황덕순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각각 부임하는 등 친문 성향 학자들의 ‘국책연구원장행’이 빈번했다. KDI 원장 마저 청와대 출신이 맡게 되면서 정권의 연구기관 장악에 대한 비판도 거세질 전망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KDI는 예전부터 정권과 관계없이 독립적·중립적 연구를 한다는 원칙 하에서 연구 활동을 해왔다”며 “홍 원장 선임으로 정부가 KDI의 논조에 간섭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언급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