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7일 재산세 감면 기준 상향에 뜻을 모으면서 급한 불을 껐지만 여전히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완화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종부세와 양도세를 모두 완화하는 내용의 당 부동산특별위원회(특위) 안을 놓고 당 내부에서도 목소리가 엇갈리는 등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부터 2시간 넘게 정책의원총회를 진행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서는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종부세 완화는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고 한다.
특위는 종부세 부과 기준을 금액이 아닌 인원으로 제한하는 안을 마련했다. 공시가격 상위 2% 주택을 소유자에게만 종부세를 물리겠다는 것이다. 김진표 특위 위원장은 “종부세 기준을 12억원으로 상향하는 것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안 현행 유지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강경파인 진성준 의원은 페이스북에 “부동산 시장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갈 위험이 있는 세금 완화 조치를 거둬 달라”고 반발했다. 진 의원은 공개 토론회 개최와 함께 전 당원 투표를 주장했다.
국토위 소속의 한 의원은 “종부세는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위가 발표한 대로 상위 2%에 부과하되 과표 구간별로 누진율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안규백 의원은 종부세에 대해 “상위 2%는 가장 합리적인 선”이라며 “민심에 크게 이반되지 않게 부동산 세제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병욱 의원은 재산세 감면 기준도 더욱 큰 폭인 12억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위는 2008~2009년도에 종부세 및 양도세 부과 기준이 만들어진 만큼 실수요자와 실거주자를 보호하는 방향의 세제 개편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의 한 3선 의원은 “국민적 공감대를 감안해 종부세 같은 경우에는 가장 마지막에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공급대책과 세제·금융 대책을 한꺼번에 쏟아내다 보니 ‘종부세 상위 2%’ ‘세금 완화’에 국민의 초점이 가게 되는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세제뿐 아니라 공급대책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2·4 대책이 나온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지원 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서울의 한 의원도 “2·4 대책보다 내실 있는 공급대책을 내놓는 것이 국민의 실망감과 분노에 맞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민주당이 재산세 및 대출규제 완화를 당론으로 정한 것에 대해 “부동산 기득권 정당이라는 솔직한 자기고백”이라고 비판했다.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을 따라 핸들 꺾고 ‘부동산 역주행’을 본격 시작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군 장병 급식 실태 현장점검 일정을 이유로 이날 의총에 참석하지 않았다. 신임 지도부 체제 후 처음으로 부동산 세제 대책을 내놓는 날이었고,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열린 대면 정책의총이었던 만큼 송 대표의 불참이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무리 사전에 잡혀있었던 일정이라고 해도 사안의 경중을 따져보면 부동산 정책의총에 참여하는 것이 책임정당 대표로서의 모습에 부합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가현 박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