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찰 인사위원회가 27일 회의를 열고 검사장급 인사를 규정 범위 내에서 탄력적으로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검찰에 인사 적체가 있다”고 밝히면서 검찰 내부는 술렁이는 분위기다. 검찰 인사를 앞두고 고검장들의 용퇴가 필요하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박 장관은 27일 출근길에서 검사장급 인사 기준을 묻자 “미리 말씀드리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뜸을 들이다 “(검찰에) 인사 적체가 좀 있다. 특히 보직제와 관련해 어려움이 있어 전반적인 검토를 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검찰의 한 간부는 “단순한 인사 적체를 언급했다기보다는 고검장들 자리가 차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말 같다”고 말했다.
검찰에는 동기나 후배가 총장이 될 경우 사직하는 문화가 있다. 김 후보자가 사법연수원 20기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23~24기인 고검장들은 물러나지 않아도 된다. 검찰 내부에서도 현직 고검장들이 검찰에 남아 버팀목이 돼주길 바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현직 고검장들은 여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정책 추진에 대해 완곡하게 반대 의견을 표한 바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권 입장에선 고검장들이 각을 세웠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검사장·고검장 공석은 모두 7자리다. 이번 인사가 문재인정부의 사실상 마지막 검사장급 인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10자리 이상의 대규모 승진 인사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사장 승진 대상은 연수원 27~29기로 분류된다. 박 장관의 ‘인사 적체’ 발언도 검사장 승진을 위해 공석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했다는 해석이다. 법무부 검찰인사위도 이날 고호봉 기수의 인사 적체와 관련해 탄력적 인사를 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밝혔다.
서울 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에서는 고검장들이 남아 기준을 잡아주길 바라지만 정권 생각은 그게 아닌 것”이라며 “고검장을 고검 차장으로 내리거나 대검 부장으로 보내는 식의 기준을 둘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 말 같다”고 했다. 고검장급 인사들에게 기존 후배들이 있던 검사장급 자리를 줄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용퇴하지 않는다면 나가게 하겠다는 압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김 후보자는 전날 청문회에서 이 지검장에 대한 직무배제 요구에 “구체적으로 살펴보지 못했지만 취임하면 적절한 의견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취임 후 법무부에 직무배제 요청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지검장이 법무연수원장으로 좌천성 승진하거나 직무배제돼 고검 차장으로 이동할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서울중앙지법에 기소된 이상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계속 남아 있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