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몰고 온 수많은 변화 가운데 하나로 ‘주거 공간’에 대한 관심도를 꼽을 수 있다. 집을 꾸미는 데 시간을 쏟고 비용을 들이는 정도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오랜 시간 집에 머물게 되고, 집 밖에서 했던 많은 것들을 집 안으로 가져오게 되면서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된 만큼 공들여 정리하고 단장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구, 조명, 주방, 욕실, 인테리어 소품 등을 아우르는 리빙 시장은 최근 몇 년 동안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 리빙 시장은 2008년 7조원, 2015년 12조3000억원에 이르렀고 2023년에는 1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가 리빙 시장을 키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아니었다. 그 이전부터 백화점 업계는 해외 명품군과 함께 리빙 카테고리를 성장의 양대 축으로 삼고 확대해 나갔다. 코로나19는 성장에 가속도를 붙였다. 국내 최대 인테리어 전문기업 한샘은 지난해 매출 2조원을 넘어섰고, 코로나19로 어려웠던 백화점 업계도 리빙 카테고리 매출은 35% 이상 성장했다.
시장이 커지면 다양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요구도 많아지고, 프리미엄 제품으로 확장이 이뤄진다. 리빙 시장에서도 비슷한 맥락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프리미엄 리빙’ 시장이 급격히 커지며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백화점 업계 3사의 프리미엄 리빙 매출 증가세는 전체 리빙 상품군 매출 신장률을 배 가까이 뛰어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지난 1~4월 리빙 부문 매출 신장률은 57.5%다. 전년 동기 대비 1.6배나 매출이 증가했다. 고가 브랜드로 구성된 프리미엄 리빙 매출 신장률은 76.8%에 이른다. 신세계백화점도 1~4월 리빙 부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9% 증가했고, 프리미엄 브랜드 매출은 72.1% 올랐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1~4월 리빙 매출은 전년 대비 36%, 프리미엄 리빙 브랜드는 77% 신장했다. 백화점 3사의 프리미엄 리빙 브랜드 매출 신장률이 70%대를 기록했다.
백화점 업계는 유럽이나 미국의 유서 깊은 브랜드, 힙한 디자이너들을 앞세운 제품이나 브랜드들을 앞 다퉈 들여오고 있다. 다양한 브랜드들을 모아서 ‘럭셔리 편집숍’을 꾸미거나, 아예 해외 유명 편집숍을 유치하기도 한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본점·무역센터점·판교점 등에서 ‘럭셔리 리빙관’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월 오픈 이후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더현대 서울에는 리빙·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을 한데 모은 ‘디렉터스 아카이브’를 꾸며 놨다.
북유럽 리빙 브랜드 편집숍 ‘이노메싸’도 더현대 서울 4층에 자리를 잡았다. 북유럽 국가의 유명한 신진 디자이너들의 상품과 브랜드를 아우르는 편집숍으로 국내 백화점 가운데 더현대 서울에 처음 입점했다. 덴마크 디자이너 리빙 브랜드 ‘앤트레디션’의 의자와 탁자, 스웨덴 리빙 브랜드 매스프로덕션의 소파와 거실 테이블, 핀란드 디자이너 조명 브랜드 ‘섹토 디자인’의 펜던트 조명 등이 전시돼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는 북유럽 리빙 편집숍 ‘헤이’(HAY)의 팝업 행사가 다음 달 10일까지 진행된다. 식탁부터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까지 다양한 아이템을 한 데 모아 놨다. 테라스에서 쓰기 좋은 파리사드 테이블, 고전적인 디자인에 독특한 색감으로 재해석한 리볼트 체어 등이 대표 상품으로 꼽힌다.
프리미엄 리빙 편집숍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곳은 롯데백화점 강남점의 ‘더콘란샵’이다. 2019년 12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단독 매장을 연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더콘란샵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쳐오면서도 오픈 1년 만에 160만명이 방문하는 등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더콘란샵의 오프라인 매출은 지난 2~4월 전년 동기 대비 100% 가량 증가했다. 온라인 매출도 급증했다. 최근 6개월 동안 더콘란샵 온라인몰 매출은 전년 대비 5배 가까이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은 온라인몰 방문객의 쇼핑 편의를 돕기 위해 2층 가구 쇼룸에만 제공했던 더콘란샵의 가상현실(VR) 투어를 매장 전체로 확장하는 등 고객친화적인 서비스를 늘려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리빙 시장이 올해 리빙 부문을 이끌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집에 대한 개념이 단순 주거하는 공간에서 개성을 표현하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기존 프리미엄 가구뿐 아니라 리빙 소품까지 수요가 확대되고 있고 앞으로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