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의 대결만 남았다. 수출로 점프한 한국 경제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어떻게 버티는지에 따라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연 4.0%, 내년 3.0% 경제성장률 달성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1년 이상 완화적 통화정책이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과 자산 버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금 금리를 인상할 경우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출과 투자는 좋으나 민간소비 등은 여전히 회복세가 완만한 점도 경기 방어에 중점을 두는 근거가 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일반인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조사해보니 물가 상승 영향을 받아 2% 초반 수준에서 소폭 상승했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유가 급락에 따른 기저효과로 지난 4월 2.3%로 높아졌고 이달 이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하반기 중에는 2% 내외로 둔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기저효과가 줄면서 1%대 중반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경기 개선 흐름에 따라 내년에도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올 들어 물가상승세가 완연하지만 일단 하반기에는 둔화할 것으로 본 셈이다.
물가도 중요하지만 고용 상황을 외면할 수 없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이 총재는 ‘고용 부진이 이어지면 물가상승률 2.0% 목표를 초과하더라도 용인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고용 안정과 물가 안정 모두 국민 삶과 밀접한, 중요한 정책과제”라고 답했다. 이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을 넘어서고 있고 고용시장도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지속하고 있다”며 “고용 회복이 미진할 경우 물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고용 상황을 포함한 물가 영향 요인을 고려하면서 통화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제도 경직적인 것이 아니라 신축적”이라며 탄력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뜻도 드러냈다.
한은은 고용 전망에서도 올 취업자가 8만명 늘어날 것으로 지난 2월 전망했으나 이번에는 14만명으로 늘려 전망했다. 실업률 전망치도 같은 기간 4.0%에서 3.9%로 다소 하락 전망했다.
한편 이 총재는 암호화폐(가상화폐)가 금융 안정성에 끼칠 영향에 대해 “최근 암호화폐 시장 규모가 급속히 확대되고, 가격 변동성이 매우 커 금융시스템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의 암호화폐 투자가 과도하게 늘면 가격 안정성이 낮은, 급등락 가능성이 있는 암호화폐 특성으로 인해 가계 손실 위험이 그만큼 커질 수 있다”며 “한은은 가계대출의 동향, 암호화폐 거래와 연동된 은행 계좌의 입출금 규모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정부와 함께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