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0으로 이긴다.” 기자회견에 나선 양 팀 선수의 입에서 망설임 없이 예상이 나왔다. 이 경기만큼은 이겨야 한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답이었다. ‘평상시처럼 준비한다’ ‘부상 없이 잘 치르겠다’는 무난한 답변은 이 자리에 없었다. 단순히 승점 3점을 목표 삼는 게 아닌, 상대 자존심부터 꺾어놓겠다는 각오다.
프로축구 K리그의 가장 확실한 흥행카드 ‘슈퍼매치’가 열린다. FC 서울은 2021 하나원큐 K리그1 19라운드 수원 삼성과 경기를 29일 홈구장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다. 리그에서 최고 수준의 팬층을 자랑하는 두 팀이 맞붙는 경기다. 서울 홈에서 열리는 유관중 슈퍼매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섣부른 예상은 금물
서울은 코로나19 탓에 수원보다 4경기를 덜 치렀지만 순위표상 리그 꼴찌다. 일정 중단 전에 치른 9경기(리그·FA컵)에서 내내 승리가 없다. 마지막 승리는 공교롭게도 지난 3월 21일 원정에서 치른 시즌 첫 슈퍼매치였다. 이번에 또다시 수원을 잡아야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반면 8경기 무패 행진 중인 수원은 이달 가장 뜨거운 팀이다. 마지막 패배가 지난달 21일 대구 FC전으로 한 달도 더 됐다. 지난 9일에는 리그 선두였던 전북 현대를 잡았고, 또 다른 우승 후보 울산 현대에게도 지난 16일 1대 1 무승부를 거뒀다. 기세만 본다면 승부의 추는 수원 쪽으로 기운다.
다만 섣부른 예상은 금물이다. 박찬하 해설위원은 “수원의 기세가 좋기는 하지만 선제골을 넣지 못한다면 (양 팀의) 스타일상 생각보다 고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이 먼저 달려들지 않는 이상 수원의 주무기인 역습이 위력을 발휘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진섭 서울 감독은 27일 사전 기자회견에서 “우리 미드필더진이 상대보다 강하다. 홈에서 하는 경기라 응원을 받는 이점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건하 수원 감독은 “서울은 그간 승리를 못 해 선수단의 의지가 강할 것”이라며 “중원 싸움에서 우리가 상대를 얼마만큼 이겨낼지가 중요하다”고 예상했다.
해결사는 누구
양 팀 사이 경기는 수년째 득점포가 터져왔다. 2018년 5월 경기를 시작으로 매번 최소 2골 이상이 나왔다. 둘 다 골 부족에 허덕이며 하위권에 처져 있던 지난해 7월 대결에서도 예상을 깨고 3대 3 골 잔치가 벌어졌다. 볼거리를 기대해볼 만한 이유다.
서울은 에이스인 공격수 나상호가 27일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다. 공격수 부족으로 수비수 홍준호, 미드필더 출신 정한민 등이 최전방을 메워온 터라 고민이 심각하다. 주장이자 정신적 지주 박주영이 부상에서 돌아온 건 그나마 다행이다.
공격수 조영욱은 회견에서 “결승골은 주영이 형(박주영)이 넣을 것 같다”며 “워낙 큰 경기에 강하다. 특히 슈퍼매치에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고 기대했다. 만 35세인 박주영은 9골로 역대 슈퍼매치 최다 득점자다. 박주영은 복귀 첫 경기인 지난 23일 강원 FC전에 출전해 골망을 갈랐다. VAR(영상판독) 결과 득점이 취소됐지만 여전한 감각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수원은 상대적으로 무기가 다양하다. 올 시즌 5골을 터뜨리며 ‘커리어하이’급 활약 중인 중앙 공격수 김건희가 우선 주목할 선수다. 유망주 정상빈의 폭발력, 프리킥 전문가 이기제의 왼발에 외국인 공격수 제리치의 제공권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주장 김민우는 회견에서 “건희(김건희) 몸 상태가 팀 내에서도 무척 좋다. 제리치도 상빈이(정상빈)도 있지만 느낌상 건희가 결승골을 넣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