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IT기업 창립자는 2015년 사회혁신 기업가를 지원하는 A비영리재단에 ‘기업인을 육성해 달라’며 자신이 보유한 자사 주식 1만주를 현물 형태로 기부했다. A재단은 기부 받을 당시 주가(주당 9만5500원)를 기준으로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했다.
이후 A재단은 이 주식을 2016년 11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총 13회에 걸쳐 평균 8만5177원에 모두 팔았다. 기부 시점보다 주가가 떨어진 것이다. A재단은 “주식 매도로 인해 얻은 차익이 없기 때문에 내야 할 세금도 없다”며 과세 당국에 2017년 하반기 법인세를 신고했다.
하지만 국세청의 판단은 달랐다. 주식을 기부 받았던 시점이 아니라 기부자가 주식을 취득했던 당시 가격(액면가 500원)을 과세 기준으로 삼았다. 국세청은 지난달 A재단에 “주식 차익에 대한 과세 기준은 A재단 장부에 기재된 기부 당시 주가(주당 9만5500원)가 아닌 기부자가 주식을 첫 취득할 당시의 가격(500원)”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이에 따라 “A재단이 납부하지 않은 법인세를 추징하겠다”고 통보했다. 재단이 처분한 가격(평균 8만5177원)과 기부자가 취득한 가격(500원)의 차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정한 것이다.
국민일보가 27일 입수한 국세청의 과세기준자문 결과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해 12월 “공익법인이 일반 개인으로부터 현물을 기부 받는 경우 기부자가 해당 현물을 취득할 때의 가격을 공익법인의 장부에 기재해야 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과세기준자문은 납세자와 과세 당국 간 이견이 발생하거나 뚜렷한 기준이 없을 때 내놓는 법적 해석이다.
국세청 법령해석과 관계자는 “법인세법에 따라 현물 기부자산의 취득가액은 개인이 해당 자산을 취득한 당시의 취득가액”이라며 “재단의 장부에도 이처럼 명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A재단은 기부 주식 1만주 매도에 따른 약 7000만원의 법인세, 추가로 기부가 이뤄진 총 2만주에 대한 세금도 내야 할 상황에 놓였다. A재단은 “기부자산 매각에 과도한 세금이 붙었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신청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국세청 해석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덕산 한국공익법인협회 회계사는 “기획재정부는 2011년 3월 법인세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장부가 없는 개인이 기부한 물품은 취득가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익법인의 취득 당시 가격으로 회계장부에 기록하도록 했다”며 “국세청이 이걸 두고 (기부자의) 최초 취득가를 과세기준인 것처럼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