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의 꿈을 접고 의사가 된 후 내게 주어진 재능을 이웃과 나눠야겠다는 생각에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48년간 의료취약지역 등을 찾아 무료 진료 봉사를 해온 고영초(68·사진) 건국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의대 본과에 재학 중이던 1973년 가톨릭학생회에 가입해 매주 서울 변두리 쪽방촌 등에서 진료 봉사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1만5000명이 넘는 환자가 고 교수에게 무료진료를 받았다. 특히 신경외과 전문의로서 뇌종양, 뇌하수체종양 등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이 비용 때문에 진단이나 수술을 받기 쉽지 않은 중증질환을 치료하는 데 많은 힘을 쏟아왔다.
고 교수는 “초등학생 때 외출했다가 당시 4·19 혁명에 휩쓸려 위험해질 뻔한 상황에서 모르는 어른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집에 돌아온 후 이웃들을 돕겠다는 마음이 커졌다”고 전했다. 고 교수는 2005년에는 정기적으로 진료하던 수두증 환자로부터 소식이 없자 직접 집을 방문해 의식을 잃은 환자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긴 뒤 직접 수술해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 LG복지재단은 고 교수에게 LG의인상을 수여한다고 이날 밝혔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