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신’의 시간, ‘황제’ 넘을 기회가 왔다

입력 2021-05-28 04:06
AFP연합뉴스

라파엘 나달(3위·스페인·사진)이 올해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에서 또 우승할 수 있을까. 클레이코트에서 극강의 모습을 과시하며 ‘흙신’으로 불리는 나달이 이번에도 우승 트로피를 들면 메이저대회 남자 단식 통산 최다 우승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나달은 오는 30일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에 참가한다. 지난해 코로나19로 9월로 연기됐던 프랑스오픈은 올해는 다시 예년처럼 5월에 개최된다. 총상금은 3436만7215유로(약 469억8000만원), 우승 상금은 140만 유로(약 19억원)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건 프랑스오픈에서만큼은 최강자의 모습을 보여온 나달이 우승을 또 차지할지 여부다. 나달은 2005~2008년, 2010~2014년, 2017~2020년 각각 4연패, 5연패, 4연패를 했다. 프랑스오픈에서만 13번으로 최다 우승을 차지한 나달의 대회 통산 전적은 100승 2패. ‘프랑스오픈의 사나이’라 할 만하다.

나달은 로저 페더러(8위·스위스), 노박 조코비치(1위·세르비아)와 남자 테니스 ‘빅3’간 경쟁에서도 앞서갈 기회를 잡았다. 현재 메이저대회 남자 단식에서 가장 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린 선수는 페더러와 나달(20회)이다. 불혹의 나이인 페더러가 지난해 1월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지난 3월 복귀해 아직 완벽한 몸 상태를 회복하지 못한 까닭에 이번 대회는 나달이 치고 나갈 기회다.

조코비치와 메이저대회 우승 경쟁에서도 간격을 벌릴 수 있다. 조코비치는 올해 호주오픈 우승으로 메이저대회를 18번 제패하며 페더러 및 나달과 격차를 2회로 좁혔다. 게다가 다른 대회엔 전력을 다하지 않는단 말을 들을 정도로 메이저대회 제패에 욕심을 내고 있어 나달 우승의 최대 경쟁자는 조코비치가 될 수 있다. 다만 지난해 프랑스오픈 결승전에서 나달이 조코비치에 3대 0 완승을 거둔 터라 이번에도 나달의 우세가 예상된다.

문제는 나달이 최근 클레이코트 대회에서 예년 같은 ‘극강’의 모습을 보이진 않고 있단 점이다. 나달은 지난달 몬테카를로 마스터스 8강에서 안드레이 루블레프(7위·러시아)에 져 탈락했다. 이 대회에선 스테파노스 치치파스(5위·그리스)가 우승했다. 나달은 이어 열린 바르셀로나오픈에선 치치파스를 꺾고 우승했지만, 이달 초 열린 마드리드오픈에선 알렉산더 즈베레프(6위·독일)에게 8강에서 발목 잡혔다. 이 대회에선 즈베레프가 우승했다.

나달은 지난 17일 끝난 이탈리아오픈에서 조코비치를 2대 1로 잡고 우승하며 어느 정도 자존심을 되찾았지만, 결과적으로 4번의 클레이코트 대회에서 절반은 다른 선수들에 우승을 내줬다. 따라서 치치파스, 즈베레프, 도미니크 팀(4위·오스트리아) 등 차세대 주자들의 거센 도전을 뿌리치는 것도 나달 신기록 달성의 관건이다.

여자 단식에서도 마가렛 코트(은퇴·호주)와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 기록(23회) 동률을 이루고 있는 세리나 윌리엄스(8위·미국)가 신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회 우승은 남녀 통틀어 최초의 대기록이다. 한국 선수 중엔 남자 단식에 권순우(90위·당진시청)가 출전한다. 지난해 US오픈에서 거둔 메이저대회 본선 첫 승을 넘어선 자신의 최고 기록에 도전한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