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여보 저 꽃 좀 보세요. 너무 예뻐요.” 26일 수국이 활짝 핀 제주도 서귀포 카말리아힐에 도착하자 김지환(64) 사모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장 소강석 목사) 농어촌교회 교역자부부세미나에 참석한 44쌍의 목회자 부부는 마치 신혼여행에 다시 온 듯 발걸음이 가벼웠다.
김 사모는 “생계를 위해 요양보호사로 일하는데, 이곳에 오려고 근무일정까지 어렵게 바꿨다”면서 “‘새미은총의 동산’ ‘한라수목원’ 등을 방문하며 마음껏 자연을 누리고 소명을 되찾게 하는 말씀도 들으면서 목회에서 쌓인 인생의 무거운 짐을 이제서야 내려놓게 됐다”고 했다. 이어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하나님께서 작은교회 사모인 나에게 정말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지 묻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농어촌 인구 급감 속 생존위기를 맞은 농어촌교회 목회자 부부는 25일부터 2박 3일간 진행된 세미나에서 말씀 집회와 특강, 제주여행으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제주 오리엔탈호텔에서 열린 저녁 집회에서 소강석 총회장은 1981년 전남 화순 백암교회 개척 시절을 소개하며 농어촌교회 목회자를 위로했다. 소 총회장은 “40여년 목회 여정에서 가장 중요시한 것은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믿으며 무조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는 것이었다”면서 “채소장사를 하며 어렵게 신학공부를 하고 동네 주민들로부터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 교회를 개척했다. 지나고 보니 하나님께서 반드시 영광스럽게 갚아주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골에서 몇 안 되는 노인들의 영혼을 살리기 위해 헌신하시는 여러분은 분명 천국의 영광, 상급이 클 것”이라면서 “빛난 면류관을 받아 쓸 우리에겐 그 어떤 난관과 핍박도 걸림돌이 될 순 없다”고 강조했다.
27일 강사로 나선 박춘근 평택 남부전원교회 목사는 “목회자는 주님을 만난 만큼, 주님을 사랑하는 만큼 목회 소명이 분명해진다”면서 “사람의 평가가 아닌 하나님의 평가를 받는 생명의 전달자가 되자”고 당부했다.
장봉생(서울 서대문교회) 김관선(서울 산정현교회) 목사도 강사로 나서 “눈에 보이는 것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시대에 경제적 어려움이 크겠지만 세상이 아닌 하나님 앞에서의 의로움, 영성으로 복음 전파자라는 경쟁력을 갖추자”고 독려했다.
김병화(65) 전주 사랑샘교회 목사는 “이번 세미나에서 사명을 되찾고 가족관계 회복의 실마리를 찾았다”면서 “다음번에도 기회가 된다면 세미나에 꼭 참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장합동 농어촌부는 2000년부터 매년 150여명의 농어촌 목회자의 항공권과 숙식 일체를 제공하며 교역자부부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행사를 준비한 오정호 대전 새로남교회 목사는 “코로나19로 작은교회가 위기를 맞았는데 지금이야말로 도시교회와 농어촌교회가 동반성장해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기쁨을 누릴 때”라고 말했다.
제주·서귀포=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