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교계 연합기관은 하나될 수 없을까

입력 2021-05-29 04:09

항일 독립운동과 대한민국 건국,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발전을 이끌었던 한국교회는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놓여 있다. 선한 영향력과 리더십을 행사하던 한국교회가 언제부턴가 점차 외면당하는 등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연합기관 삼분오열의 악순환이 가져온 결과이기도 하다. 교계가 제자리를 이탈하는 동안 국회에서는 이슬람 스쿠크법, 차별금지법 등 한국교회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법들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초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맞았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코로나19는 전 세계에 걸쳐 국가와 빈부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리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교회 또한 코로나 사태를 통해 리더십 부재의 민낯을 드러내고 말았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선제 대응에 실패함으로써 대면 예배가 금지되고 목회 환경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더구나 다시 팬데믹 상황이 올 것에 대비해 감염병과 관련된 개정 법안이 80개 이상 발의돼 있다고 한다. 이 개정 법안에 대해 잘 대처하지 않으면 다음에 또 다른 팬데믹이 올 때 교회는 더는 손을 쓸 수 없게 된다. 이럴 때일수록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하나가 돼 하나의 리더십으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역사를 보면 교회가 망할 때는 반드시 다툼과 분열이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연합기관은 한국교회 생태계 보호와 공적 사역의 미래를 위해 빅텐트를 구축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다시 하나 돼 큰 틀의 신앙공동체를 형성하고 큰 숲을 이루는 연합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지금 한국교회는 복음적 열정의 쇠퇴로 인한 패배주의, 이념적 갈등으로 인한 분열주의, 반기독교 운동에 대한 대책 부재와 같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런 것들을 극복하기 위해 연합기관의 통합 운동이 필요하다.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통합 운동을 해야 할까.

우리 시대 최고의 사명은 무너진 교회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나아가 혹시 또 올지도 모르는 제2의 팬데믹에 대비해야 한다. 연합기관도 이런 마인드만 있으면 얼마든지 통합할 수 있다. 뜻을 모으고 나부터 먼저 나서자. 다시 연합기관을 하나로 만들고 새판 짜기를 해서 큰 틀의 공동체와 큰 숲을 만들어가는 일에 힘을 보태자.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루 속히 땅에 떨어진 리더십을 복원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잘못한 것 중 하나가 리더십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뽑힌 지도자에게 흠집을 내고 상처를 내며 끌어내리는 어처구니없는 작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위대한 지도자를 얼마나 많이 흠집 내고 끌어내렸는가.

이제부터 능력 있는 지도자, 출중한 지도자, 위대한 지도자를 우리 시대의 진정한 지도자로 세우는 일에 나서야 한다. 그런 은사와 탁월한 지도력이 있는 사람이 한국교회를 끌고 가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이겠지만 교단장을 역임하지 않았더라도, 비상시에는 그만한 능력이 있는 지도자가 한국교회 연합기관을 섬길 기회도 제공해야 한다. 그리하여 대사회적 리더십을 회복하고 큰 틀의 공동체를 이루는 명실상부한 연합기관을 구축해야 한다.

연합기관의 통합은 시작에 불과하다. 통합 이후에 다시 내적인 각성 운동과 제2의 부흥 운동으로 이어지도록 성령의 불을 붙여야 한다. 기득권 다툼과 주도권 싸움에 들였던 에너지를 대한민국 통합, 그리고 복음적 평화통일로 이어지도록 더욱 정진해야 한다. 동시에 국민이 바라는 시대정신과 가치를 제시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더 나아가 크리스천 가운데 국가 지도자가 나오도록 하는 일에도 주력해야 한다. 그래서 선교한국, 통일한국의 종합 계획을 그리는 데 다 함께 나서보자. 교단과 연합기관 간의 선언문과 협약서, 구체적 실천 방안 등을 마련하는 데 지혜를 모을 때다.

윤중식 종교기획부장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