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드러난 ‘이용구 사건’ 거짓 주장, 경찰 믿을 수 있겠나

입력 2021-05-28 04:05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변호사 시절 택시기사 폭행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거짓 주장을 한 사실이 또 드러났다. 지난 1월부터 이 사건의 부실 처리 의혹을 조사 중인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사건 발생 직후 서울 서초서 관계자들은 이 차관이 초대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유력 인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서초서장은 보고를 받았고, 서초서 생활안전과 실무자는 서울경찰청에도 보고했다. 서초서가 이 차관을 평범한 변호사로 알고 사건을 처리했다는 경찰의 애초 주장이 거짓으로 확인된 셈이다.

경찰은 지난해 12월에도 블랙박스 기기 이상으로 폭행 장면이 녹화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으나, 피해자가 블랙박스 영상을 복원해 담당 수사관에게 보여줬는데 묵살당했던 사실이 언론을 통해 밝혀진 전력이 있다. 사실과 배치되는 주장을 버젓이 국민 앞에 내놓는 행태를 반복하는 데 어처구니가 없다. 경찰은 당초 이 사건을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내사종결 처리했다가 뒤늦게 재수사에 나섰고 이후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아니라 반의사불벌죄인 형법상 폭행 혐의를 적용해 구설에 올랐다. 봐주기 의혹에 거짓말까지 드러나 경찰은 점점 국민 기대에서 멀어지고 있다. 권력기관 개혁에 따라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됐고 대공수사권까지 넘겨받을 경찰이 비대해진 권한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지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제 사건 처리 과정에서 외압 여부를 규명하는 게 진상조사단의 주요 과제가 됐다. 이 차관이 유력 인사라는 보고가 수사 라인에선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현재 경찰 입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서초서장은 물론 형사과장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데 윗선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건 경찰 조직의 생리상 설득력이 떨어진다. 진상조사단은 뼈를 깎는 각오로 철저하게 조사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혀내야 한다. 그것이 실추된 경찰 위신을 수습하고 조금이나마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진상조사는 물론 이 차관 사건 자체도 5개월 넘게 수사가 계속되고 있어 시간 끌기 의혹도 받고 있다. 경찰의 분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