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술실 CCTV 설치 더 미룰 이유 없다

입력 2021-05-28 04:07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여부는 해묵은 사회갈등 요인 가운데 하나다. 환자단체와 의료계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 수년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그제 개최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규정한 의료법 개정안 공청회도 똑같은 논란만 되풀이하다 결론 없이 끝났다.

수술실 CCTV 설치 방안은 무자격자 대리수술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2013년 공론화됐다. 수술실은 특성상 외부와 철저히 차단돼 있다. 때문에 무자격자의 대리수술이나 의료사고 성범죄 등의 문제가 발생해도 진실을 밝혀내기 어렵다. 최근 무자격자의 조직적 대리수술로 사회 문제가 된 인천21세기병원 사례가 대표적이다. 수술실 내에 CCTV가 설치돼 있었다면 환자를 기만하는 이 같은 후안무치한 불법을 저지를 생각조차 못했을 게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수술실 CCTV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마당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요지부동이다. 사생활 침해 등 인권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현장 의료진이 치료에 집중할 수 없는 경직된 문화를 조성한다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의료진 인권은 중요하고 환자의 인권이나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는 무시해도 된다는 건가. 수술실 CCTV가 오히려 고위험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들이 불필요한 의료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의료계 주장은 수술 현장의 치부를 감추거나 의료분쟁에서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핑곗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10년 가까이 끌어온 논쟁에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됐다. CCTV 설치 이유는 차고 넘치는데 국회가 의료계라는 막강한 이익단체의 눈치를 살피느라 법 개정을 머뭇거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찬반 의견은 충분히 개진된 만큼 결단만 남았다. 의료계 우려를 감안해 법 개정 시 정보 유출 등 사생활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