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채굴 못하는 그래픽카드 나온다

입력 2021-05-30 18:07
엔비디아 RTX 시리즈. 엔비디아 제공

그래픽카드 업체 엔비디아가 앞으로 그래픽카드에 가상화폐 채굴기능을 제한하기로 했다. 게이머들을 위해 만든 그래픽카드가 가상화폐 채굴에 사용되면서 시장에서 품귀현상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최근 자사 블로그를 통해 지포스 RTX 3060 Ti, 3070 Ti, 3080 Ti 등 그래픽카드에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채굴 연산 능력을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엔비디아는 올해 2월 RTX 3060의 이더리움 채굴 능력을 제한했는데 이를 다른 제품으로도 확대한 것이다.

엔비디아의 이런 조치는 그래픽카드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게이머들에게 가야할 그래픽카드가 가상화폐 채굴장으로 가면서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30일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엔비디아 RTX3070 그래픽카드는 지난해 11월 64만2000원(최저가 기준)이었으나 올해 5월에는 167만4800원으로 100만원 이상 뛰었다. 최상위 제품인 RTX 3090은 올해 1월 250만원에서 5개월 사이 350만원으로 뛰었다.

엔비디아는 채굴기능 제한이 걸린 제품에 ‘LHR(Lite Hash Rate)’라는 표시를 한다. LHR이 표시된 제품은 6월부터 시중에 풀릴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이번 조치로 안정돼 많은 게이머들에게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그래픽카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엔비디아는 가상화폐 채굴을 원하는 사용자에겐 가상화폐 채굴 프로세서(CMP)를 탑재한 전용 카드를 제공할 계획이다.

엔비디아의 이번 조치에도 그래픽카드 가격이 떨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이 폭등했음에도 그래픽카드를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에 대기수요가 많이 있다는 것이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는 시점이 되야 가격이 서서히 내리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그래픽카드 라데온을 만드는 AMD는 그래픽카드에서 가상화폐 채굴능력을 제한하지 않을 방침이다. 대신 그래픽카드 공급을 늘려 가격 안정화를 꽤한다는 계획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