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은 예수 그리스도의 승천 직후 초대교회가 세계에 복음을 전한 30여년간의 역사를 다룬다. 신약성경 속 유일한 역사서로 초대교회 상황이 생생히 기록돼 있지만, 당시 지리·역사적 맥락을 모르면 그 내용을 속속들이 파악하기 쉽지 않다. 배경지식 없어도 한눈에 사도행전을 조망할 방법이 있을까.
‘만화 사도행전 1~3’(생명의말씀사)은 이런 고민 없이 마음 편히 펼쳐 들 수 있는 만화책이다. 20년 동안 성경 관련 그림을 그린 이무현 작가가 7년간 여러 신학서를 참고해 완성한 역작이다. 삽화가로 활동해온 저자가 처음 펴낸 장편 만화로, 흑백만화 그리는 법을 독학해가며 작품을 완성했다. 사도 바울 등 주요 인물의 표정을 실감 나게 살린 작화법과 각 장 끝에 만화로 표현한 각종 배경지식이 독자의 빠른 이해를 돕는다.
만화는 바울이 로마로 압송되다 태풍 유라굴로를 만나 파선 위기를 겪는 것으로 시작된다. 바울은 일행과 함께 폭풍우를 뚫고 섬에 도착하지만, 모닥불 속에서 돌연 튀어나온 독사에게 물린다. 그럼에도 바울이 죽지 않자 섬 원주민은 그를 신으로 칭송한다. 이에 바울은 자신이 멀쩡히 살아 있는 까닭은 예수 그리스도 때문이며, 그가 자신과 인류에게 어떤 일을 했는지를 풀어낸다. 바울의 입을 빌린 사도행전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순간이다.
이 만화의 특징은 주요 이야기만 발췌하지 않고 사도행전의 모든 장·절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했다는 점이다. 1권엔 예수의 승천부터 이방인의 복음 전파까지의 내용을 다룬 1~11장 내용을 담았고, 2권에서는 야고보의 순교 사건과 바울의 1·2차 선교여행, 두 선교 여행 사이에 열린 예루살렘 회의 등이 등장하는 12~18장 내용이 그려진다. 19~28장을 다룬 3권에서는 바울의 3차 선교여행과 바울이 로마로 압송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야기 전개 도중 바울이 집필한 서신서에 관한 정보도 나와 신약성경 전반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사도행전을 그리며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출판사와의 인터뷰에서 3가지를 꼽았다. 스데반이 공회에서 설교하는 장면과 바울 일행이 버가에서 비시디아 안디옥으로 넘어가는 장면, 바울이 로마 압비오 광장에서 믿음의 동지와 재회하는 장면이다.
그는 “스데반 설교 장면을 그리면서는 성경을 올바로 전하는 이를 통해 하나님이 얼마나 강력한 일을 이루는지가 와닿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또 “경제적 문제로 오랫동안 펜을 놓다가 마음을 다잡고 다시 만화를 그린 일이 있었는데 마침 그때 그린 장면이 비시디아 안디옥에 가는 바울 일행 장면이었다”며 “여기서 마가가 도중에 선교여행을 포기하는데 (내 이야기 같아)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바울이 로마 성도와 해후하는 압비오 광장 장면은 바울의 감정에 이입해 “그저 행복한 마음으로 그렸다”고 했다.
1세기 초대교회의 상황을 그림으로 보며 사도행전의 내용도 따라잡을 수 있는 ‘사도행전 길라잡이’ 같은 책이다. 읽다 보면 “독자에게 사도행전의 모든 이야기가 생생히 전달되길” 기대하는 저자의 바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