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26일 인사청문회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과정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저도 수사 대상자로 돼 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사건을 수사해온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김 후보자의 공모공동정범 성립 여부를 검토 중이다. 수사팀의 결론에 따라 검찰총장이 수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후보자는 2019년 3월 22일 밤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으로부터 전화로 김 전 차관 출국 시도 사실을 보고받고 “직권으로 하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차 본부장은 “검사 요청을 받아 출금하는 방법만 남았고, 그렇게 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본부장은 이후 당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던 이규원 검사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김 전 차관을 긴급 출금했다. 이 과정에서 허위 사건번호 기재 등이 동반된 사실이 드러나 차 본부장과 이 검사는 기소됐다.
수사팀은 당시 차 본부장의 보고를 놓고 김 후보자가 불법 출금을 승인한 것인지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법무부가 논의했다 포기한 ‘직권 출금’이 재차 거론된 이유도 주목하고 있다.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과 당시 차관이던 김 후보자, 차 본부장 등이 ‘5인 회의’를 열고 김 전 차관을 장관 직권으로 출금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전례가 없다”는 실무진 의견에 따라 포기했었다. 법조계는 이때 법무부 관계자들이 김 전 차관의 수사 사건이 없다는 사실, 출금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했을 것으로 본다.
김 후보자는 수사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결국 서면조사를 받았다. 검찰 안팎에서는 ‘제 식구 감싸기’를 우려해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 후보자 사건의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후보자는 “말하고픈 마음은 많지만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주게 된다”며 청문회 내내 구체적인 주장을 펴지 않았다. 다만 “우리나라 법제에서는 고소·고발이 되면 누구든지 피의자가 된다”며 혐의가 없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김 후보자가 자신을 수사 대상으로 칭하면서 법무·검찰 최고위직에 이미 피고인이거나 향후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있는 이들이 여럿인 유례 없는 상황을 맞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오상용)에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공동폭행 사건의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도 안양지청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에 불구속 기소된 피고인이다.
택시기사 폭행 혐의를 받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최근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동언)에 피의자로 출석해 조사받았고, 조만간 기소 여부가 결정된다. 한 전직 고검장은 “법무·검찰 핵심들이 모두 기소됐거나 기소 위기인 전례는 없었다”며 “정부의 법치 의지가 약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경원 박성영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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