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여야정 협의체 정례화 제안했지만 불발

입력 2021-05-27 04:02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대표들과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오찬 간담회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열린민주당 최강욱, 정의당 여영국,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문 대통령,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연합뉴스

1년3개월 만에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와의 26일 오찬간담회는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2시간가량 진행됐다. 간담회는 주로 각 당 대표들이 질문하고 문 대통령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등 야당에서는 문 대통령이 현안에 대해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과 5당 대표들은 청와대 충무전실에서 사전 차담회를 가진 뒤 인왕실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 오찬 메뉴로는 비빔밥과 전복갈비찜, 도미찜 등이 나왔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여야가 함께 모일 때는 비빔밥을 많이 하는데, (잘 섞여 협력하자는) 의미를 담았을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찬 분위기는 그리 화기애애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 권한대행은 간담회 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상당수 질문도 하고 요구도 했는데, 답변이 별로 없는 사안이 매우 많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백신 수급 문제에 대해서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고 한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이미 충분한 백신 물량이 확보돼 백신 스와프는 필요 없다고 말할 정도로 확신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김 대표 권한대행이 백신 수급·접종 속도 문제를 집요하게 거론하자 문 대통령은 “그만 걱정하시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고 한다.

안 대표가 백신 접종에 따른 집단면역 형성과 관련해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지적하자 유 비서실장이 반박하지 못하고 민망해 했다고 안 대변인은 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초)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면서 “여야정 협의체를 3개월 단위로 정례화하자”고 제안했지만, 구체적인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가 끝난 뒤 참석자들에게 감색바탕에 파랑·빨강·노랑·주황 4가지 줄무늬가 들어간 넥타이를 선물했다. 각 당의 상징색으로 협치의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고(故) 이한빛 PD의 어머니가 쓴 책 ‘네가 여기에 빛을 몰고 왔다’와 김용균 재단 배지를 선물로 전달했다.

정현수 박세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