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내 교회, 조합 설립 전 대응이 필수”

입력 2021-05-27 03:01
이봉석(왼쪽) 한국교회재개발연구소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교회 재개발 고민과 관련한 목회자와 성도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서울 용산구의 교회입니다. 지역재개발 중이고 사업시행인가가 끝나서 시공사가 결정돼 분양 중입니다. 관리처분인가 직전 단계입니다. 우리 교회는 중형 규모인데 토지는 일대일 대토가 이뤄졌지만, 건축물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지금의 교회 규모를 고려해 성전 건축을 위한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재개발이 진행되며 교회 재정이 줄고 성도들은 이사로 이탈하고 앞으로 교회 신축 중에도 재정은 더 어려워질 듯합니다. 여기에 새로운 성물과 인테리어, 음향 등 비용 걱정이 큽니다.”(용산구 A교회 건축담당 B장로)

“교회는 비영리법인입니다. 교회가 재개발로 인해 성도가 줄고 재정이 어려워지더라도 도시정비법상 보상이 없습니다. 영업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원하지 않지만 대부분 조합 측에서 명도 소송을 통해 교회 건물을 비워달라고 요구하게 됩니다. 이때 법률 전문가의 세심한 도움을 받아 단계별로 협상하며 피해를 보전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한국교회재개발연구소 이봉석 소장)

질문은 간절했고 열기는 뜨거웠다. 전국 도심 곳곳에서 벌어지는 재개발 문제와 관련한 ‘한국교회 발전을 위한 교회 재개발 세미나’가 26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사랑을심는교회 담임인 이봉석 목사가 한국교회재개발연구소장 자격으로 답변에 나섰다. 이 목사는 서울 성북구에 있던 교회가 12년간 재개발을 겪으며 소송과 협상 등을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교회 재개발 관련 자문에 나서고 있다. 광주 대전 울산 등 전국에서 온 목회자와 성도 50여명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거리를 두고 세미나에 참석했다. 시세보다 낮게 책정된 교회 감정가격 문제, 명도소송 패소 때의 대처법 등 현실적 고민이 오갔다.

이 목사는 우선 재개발 조합이 설립되기 이전인 초기 단계가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재개발 이야기가 오갈 때부터 목회자들이 조합에 임원으로 들어가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종교부지를 확보하고 위치와 평수를 보장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교회 재개발은 싸우거나 시위할 필요가 전혀 없다”면서 “큰 소리 내지 않고 도시정비법에 따라 철저하게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회 재개발은 보상비를 많이 받는 것보다 교회가 한뜻으로 대처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교우들의 의견이 분산되지 않게 목회자와 당회원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면서 “당회 제직회 공동의회 등 교회법 절차를 철저하게 지키고 회의록도 구성원 사인을 거쳐 잘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가 법률 전문가 조언을 받을 때는 도시개발인지 지역재개발인지에 따라 전문성이 다르므로 이를 검증하고 선임할 것을 조언했다. 이 목사는 “재개발로 교회가 피해만 입을 것이란 사고에서 벗어나 성전을 재건축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