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출발점에 선 나는 어떤 모습인가

입력 2021-05-28 03:04

시편을 좋아하는 그리스도인이 적지 않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대변해 주기 때문입니다. 살면서 닥치는 수많은 파도에 어찌할 바 모를 때 시편 안에서 힘과 용기를 얻습니다. 장엄한 석양과 광대한 자연을 보며 찬송하고 싶을 때 시편으로 창조주를 찬양합니다. 신앙공동체가 어려운 일을 당할 때도 시편으로 탄식과 탄원을 하나님께 올립니다. 시편은 신자 개인뿐 아니라 신자가 속한 신앙공동체의 영적 성품을 드러내는 하나님 말씀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시편으로 찬양하고 기도합니다. 구약의 수많은 성도가, 초대교회가 그랬고 지금껏 지상의 교회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시편을 대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먼저 학자의 연구 결정체인 주석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주석은 원어 본문을 번역하고, 그 본문을 자세히 해설합니다. 언어학적 연구는 필수입니다. 시의 양식과 구조 연구 역시 당연할 것입니다. 시편의 화자가 누구인지와 누구를 위한 시인지, 최초의 청중은 누구며 지금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면 금상첨화입니다. 학자의 연구를 밑거름 삼아 목사는 각 시편이 개인이나 신앙공동체에 말하려는 핵심 메시지를 발견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신앙적 성숙을 얻게 됩니다.

한국교회에 구약을 열심히 전도하는 학자가 있습니다. 자칭 ‘구약 전도사’라는 호칭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정통 구약학자입니다. 한세대의 차준희 교수입니다. 차 교수는 목회적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했습니다. 이번에 시편 1~50편을 다룬 제1권이 출간됐는데, 아마 제3권까지 출판할 예정으로 압니다. 책 제목을 ‘시인의 영성’이라 붙였는데, 독자의 눈에 먼저 들어오는 단어는 ‘영성’일 겁니다. 영성과 비슷한 고전적 단어로는 ‘경건’이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 선 자신을 보는 것이 경건 혹은 영성의 출발점입니다. 시편의 시인은 자기 존재 전체를 숨김없이 하나님께 내보입니다. 그 과정을 언어로 담은 책이 시편입니다. 시편 해설자인 차 교수의 안내를 따라 책을 읽으며 시편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면 시인의 영성을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그냥 읽고 넘기는 데 그치지 말고 저자가 설명하는 내용 가운데 마음에 와닿는 게 있으면 씹고 뜯고 맛보며 묵상해 보길 권합니다. 그래서 저자도 이 책의 부제를 ‘해설과 묵상’이라고 붙인 것 같습니다. 특별히 저자는 각 시편의 메시지를 농축한 적절한 제목을 붙여 독자의 시편 이해를 돕습니다.

류호준 목사 (전 백석대 신학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