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설 외환 환전소’가 문전성시다. 국내외 시세차인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암호화폐(가상화폐) 환치기 수요가 몰려들고 있어서다. 특히 중국으로 위안화를 환전해 송금해달라는 요청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이 환치기가 의심되는 해외 송금을 차단하자 사각지대를 찾으려는 사람들 사이에 사설 환전소가 때아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김치 프리미엄 수준에 따라 환전 환율을 차등 적용하며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에서 사설 환전소를 운영하는 A씨는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달 들어 원화를 위안화로 환전해달라며 찾아오는 문의가 이전에 비해 3배가량 급증했다”며 “수 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처리해달라는 경우도 심심찮게 본다”고 전했다.
사설 환전소를 통한 ‘코인 환치기’는 네 단계로 이뤄진다. 우선 고객이 중국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구입한 뒤 국내 거래소로 전송한다. 개별 전자지갑을 이용하기 때문에 환전 절차 없이 중국 거래소의 1비트코인이 한국 거래소로 그대로 이동된다. 다음 국내 거래소에서 전송받은 비트코인을 매도한다. 중국 거래소에서 1비트코인이 5000만원, 한국 거래소에선 김치 프리미엄 때문에 5500만원일 경우 단순 거래만으로 500만원의 이득을 얻게 된다.
이후 고객은 국내 거래소 매도 후 출금한 금액을 사설 환전소로 가져가 환전 및 중국 송금을 요구한다. A씨는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국내 거래소에서 계좌를 트기 힘들기 때문에 한국인 조력자를 구하거나 대포통장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사설환전소는 미리 마련한 중국 현지 은행 계좌에서 고객의 중국 계좌로 수수료를 제한 금액을 이체한다. 원화는 국내에 남고, 중국 내 위안화만 이동하기 때문에 당국 전산망에는 외화 거래 내역이 잡히지 않는다.
A씨는 “비트코인 환치기 일당은 주로 김치 프리미엄에 따른 수익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사설 환전소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은행을 통하면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연간 5만 달러 이상 송금할 경우 거래 목적을 증빙하는 서류를 내야 하는 등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시중은행에서 환치기 방지를 목적으로 해외 송금액 한도를 제한하면서 사설환전소 수요가 더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사설 환전소의 환율은 대체로 대외비로 유지된다. 국내 외화 환전소 목록을 제공하는 ‘마이뱅크’ 사이트와 앱을 보면 실시간 환율을 공개하는 시중은행과 달리 대부분의 사설 환전소는 환율을 비공개로 처리해놨다. A씨는 “사설환전소는 환율을 별도로 공시하지 않기에 일일이 묻지 않는 이상 암시장 환율을 알기 힘들다”고 말했다.
A씨는 사설 환전소의 환율이 김치 프리미엄 추이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고도 설명했다. 프리미엄이 높을수록 환치기를 통해 얻는 차익이 커지는 만큼 환전소들도 환율을 높여 부른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프리미엄이 5~10%일 때는 1위안당 186원, 15%일 때는 193원, 20%일 때는 200원 이상의 시세가 형성된다. 최근 1년간 시중은행의 환율은 최고 177원이 채 되지 않는다.
프리미엄이 25%를 넘겼던 지난 19일의 경우 1비트코인 당 차익은 1093만원에 달한다. 이들은 막대한 양의 암호화폐를 거래하기 때문에 수수료를 제하더라도 손쉽게 거액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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