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에서 주인공은 미국에 정착한 손자에게 ‘미나리처럼 살라’고 합니다. 미나리는 씨가 물기 있는 땅에 뿌려지기만 하면 억척같이 잘 자랍니다. 여러분도 한국에서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26일 지하 교실에서 북한 사투리 억양의 목소리가 울렸다. 햇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곳이지만 ‘탈북 선배’의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학생들의 열기에 공기가 후끈해졌다.
태영호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26일 경기도 의정부 장암주공영구임대아파트 상가 지하에 있는 탈북대안학교인 한꿈학교를 방문해 강연했다. 2004년 설립된 한꿈학교는 초·중·고등 검정고시나 대입, 취업을 준비하는 탈북 청년, 탈북 여성 자녀들을 교육한다. 여러 교계 단체, 개인의 후원으로 운영되며 현재까지 1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태 의원은 남한과 북한 간 가장 큰 차이를 교회에서 실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의 설교엔 ‘하나님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어떤 계층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교육, 직업이 결정되는 북한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태 의원은 “교회에서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사랑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게 된다. 북한이 종교를 말살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태 의원은 강연 내내 탈북민이라고 움츠리지 말고 꿈을 펼치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한국이 북한과 가장 다른 점은 ‘내 것’이라는 게 있다는 점”이라며 “국가가 재산권이라는 걸 인정해주기 때문에 본인만 열심히 살면 부자도 명예직도 모두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학생이 “외교관이 꿈인데 탈북민도 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묻자, 태 의원은 “자격만 갖추면 당연히 될 수 있다. 탈북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제한한다면 자유·민주 국가인 여기에선 고소·고발 감”이라고 용기를 북돋웠다.
태 의원은 향후 남북이 20년 내 통일됐을 때 어떤 일을 할지를 항상 염두에 두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젊은세대가 한류 등 외부 문화를 경험하면서 이전의 통제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고 통일이 머지않아 이뤄지리라 예상했다. 이어 “독일이 통일될 때 동독이 선거 등 민주주의 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 건 서독 주민들이다. 여러분도 그런 기회가 생겼을 때 북한에 가서 어떤 사명을 실천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꿈학교에 다닌 지 3개월 된 이모(28)씨는 “태 의원은 탈북 사회에서 가장 성공한 인물”이라며 “나도 지금은 국민의 세금으로 도움을 받고 있지만 나중엔 힘든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위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한꿈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된 박모(30)씨는 “탈북민이어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을 직접 들으니 용기가 난다”고 말했다.
의정부=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