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민의힘에서 젊은 돌풍이 거세다. 36세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최근 실시된 당대표 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초선이면서 각각 51세, 50세인 김웅, 김은혜 의원도 선전하고 있다. 기득권 세력이 아닌 시대변화에 민감한 리더십과 세대교체를 원하는 국민과 당원의 바람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이들의 톡톡 튀고 생기발랄한 모습 때문에 제1야당의 전당대회가 아주 역동적으로 치러지고 있다. 이런 쇄신의 바람이 국민의힘을 넘어 정치권 전체로 확산돼야 할 것이다.
낡은 정치의 대명사와 같았던 국민의힘에서 모처럼 변화의 바람이 찾아왔으면 전 구성원이 환골탈태하는 계기로 삼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벌어지는 구태 정치를 보노라면 이 당이 정신을 차리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친이명박계 인사가 주축이 된 모임인 국민통합연대는 25일 지부에 문건을 내려보내 당대표로 친이계 주호영 의원을 찍으라고 지시했다. 공식 문건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구시대 유물인 계파정치로 쇄신의 바람을 꺾으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주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이 1등으로 나오는 여론조사가 너무 많이 실시된다며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전 최고위원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도 이 전 최고위원이 유승민계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시비를 걸었는데, 이 전 최고위원은 오히려 나 전 의원이 친박근혜계 지원을 받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선거 과정에서 상대를 흠집내 이득을 얻으려는 후보들을 자주 봐왔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있는데, 원내대표까지 지낸 중진 정치인들이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묻지마 의혹’을 제기하는 건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그렇게 해서 승리를 한다 치더라도 국민의 지지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어느 후보라도 계파정치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본인에게는 일시 유리할지 모르나 결국 당과 정치를 망가뜨리는 행위다. 남은 기간이라도 각 후보들이 정정당당한 모습으로 선거에 임해 쇄신의 바람을 더욱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
[사설] 국민의힘, 쇄신 바람에 역행하는 낡은 정치
입력 2021-05-27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