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發 ‘5차 재난지원금’, 당·청 VS 기재부 대립 재연되나

입력 2021-05-27 04:03

전 국민에게 다시 한 번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당이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위로금’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명분으로 깔았다. 지급 시기로는 올 추석 연휴를 꼽았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를 수면위로 끌어올린 거 아니냐는 분석이지만 결국 퍼주기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어 재난지원금 지급 결정 때마다 불거진 당청과 기재부 간 샅바싸움 재연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더불어민주당이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 소상공인정책포럼 자리에서 ‘5차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 의원은 “오는 11월쯤이면 집단 면역이 될 것 같으니 그 시기를 전후로 분위기를 띄워 경제 활성화를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발언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염두에 둔 것이다. 구체적인 금액도 밝혔다. 서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인 가구 기준 50만원이면 재정 부담도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지급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여권의 인식과 달리 정부에서는 논의 필요성조차 공감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26일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당정 간) 논의조차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그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소급 지급 여부 등 다른 일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연이은 추경 편성에 대한 부담감에 국가채무비율 증가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발언으로 읽힌다. 정부는 지난 3월 국회에서 통과된 올해 첫 추경을 고려했을 때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8.2%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손실보상금이 가시화하면 이 역시 추경으로 덮어야 한다. 여기에 5차 재난지원금까지 더해지면 채무 비율은 50%를 넘기는 등 부담은 더욱 커진다. 1~4차 재난재원금의 경우 적게는 7조8000억원에서 많게는 20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했다.

하지만 결정의 키를 쥐고 있는 문 대통령의 입장이 당과 비슷해 기재부도 적잖게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19일 여당 지도부와의 오찬 자리에서 “코로나19에서 벗어날 상황이 되면 국민 위로 지원금, 국민 사기 진작용 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었다.

자연스럽게 당청과 기재부 사이 대립각이 또 다시 형성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 국민 100% 재난지원금을 고려하는 당청과 달리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해부터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 ‘선별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1차 재난지원금 이후로는 선별 지급으로 결론이 난 것도 홍 부총리의 입장과 무관하지 않다. 국책연구기관도 홍 부총리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12월 1차 재난지원금 효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여행업 등 피해 계층을 정밀하게 나눠 직접 지원하는 게 낫다는 입장을 내놓았었다.

변수는 홍 부총리의 유임 여부다. 홍 부총리가 바뀔 경우 당청의 입장이 고스란히 관철될 수 있다. 다만 여권 한 관계자는 “예단은 힘들지만 대통령이 신뢰하고 있는 만큼 부총리 유임에 무게가 실려 있기는 하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신재희 기자 sman321@kmib.co.kr